'현대자동차는 생산성에 비해 인건비가 너무 높다.'

세계적 경영전략 컨설팅 펌인 맥킨지 서울사무소의 롤랜드 빌링어 신임 대표가 높은 인건비를 한국 저효율의 최대 요인으로 지적했다.

이달 초 처음 한국에 부임한 고참급 경영 컨설턴트가 한국 기업에 둔 첫 '훈수'인 셈이다.

빌링어 대표는 24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 '2007 제주 하계포럼'에 참석해 "한국은 최근 인건비가 엄청나게 인상됐지만 생산성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가장 낮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도한 인건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자동차를 들었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일본 도요타보다 임금이 27%나 높다"는 것.그는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생산성에 맞게 인건비를 조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맥킨지와 같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경영컨설팅 펌의 조언은 그동안 국내 기업 경영진들이 노조 등 직원들을 설득하는 객관적 자료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현대자동차의 임금 구조와 노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빌링어 대표는 '생산성과 인건비의 비(非)대칭성'에 이어 '미흡한 글로벌화'를 한국 기업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챔피언'으로 성장했지만 중견 기업들은 여전히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액이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보다도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꼽았다.

빌링어 대표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3분의 2가 M&A를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사내에 M&A팀을 만들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M&A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도 △세계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할 것 △해외 확장시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것 △브랜드 이미지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기업 글로벌화의 선제 조건으로 꼽았다.

빌링어 대표는 특히 "한국 기업은 해외에서 올리는 매출에 비해 경영진이 너무 지역화되어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외국 경영자와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