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ㆍ기술대신 '혁신'
우리경제 희망에너지
소수 인력의 알찬 기업
울진ㆍ고리ㆍ월성ㆍ영광 등 4개 원자력 발전시설 현장에서는 원자력 발전시설에 적용되는 특수기기의 설계ㆍ제작ㆍ수리를 도맡아 하는 하이테크 기업 첨단기공을 이렇게 부른다.
원자력 발전기기를 정비하는 중소형 업체지만,1995년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7명의 직원이 4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올해는 한 명 늘어난 8명의 직원이 55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보고 뛰었다면 이런 성적표가 나올 리 없다.
이 같은 경영성과 비결에 대해 공준식 사장은 "낡은 관습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 사장은 "첨단기공은 올해로 창립 12년을 맞는 나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1등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졌더라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아깝고 두렵지만 기존의 경영패턴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과감히 수용한 것이 서서히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옛 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 것이 오지 않는다(久的不去 新的不來)'는 중국 속담을 경영에 도입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업역 간 장벽이 무너지고 '기술'이 '규모'를 압도하는 시대에 첨단기공처럼 소수의 핵심 인력만을 보유한 내실 있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공룡 같은 대기업들 틈새에서 소금쟁이처럼 가볍고 발 빠르게 활로를 찾아 틈새를 뚫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들은 덩치 큰 업체들이 눈여겨보지 않은 숨은 시장을 찾아내 이색 아이디어로 고객의 숨은 욕구를 충족시킨다.
'시장은 넓고 틈새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이다.
알찬 중소기업이 차세대 경제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작지만 강한 소형주에 투자해야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중소형주 펀드가 뜨고 있다.
그동안 중소형주는 성장성은 있지만 대형주에 비해 기업 인지도가 떨어지는데다 주가의 적정 가치를 산정하기도 어려워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지만,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주도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중소형주 펀드가 올해 들어 높은 수익률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대개 전문경영자가 아닌 오너 경영자들이 경영을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높아 경영 효율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또 작은 기업들은 인수합병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인수합병 재료 발생으로 주가 급등의 가능성도 대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거듭나는 것처럼 틈새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알찬 중소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한국·유럽연합(EU) FTA 협상 진전으로 한국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지금 폭풍 전야의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 앞에 알몸으로 서있는 꼴이다.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이나 경영 여건이 총체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살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국제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체질을 단련하는 것이다.
보호무역이란 장애물이 걷히면서 앞으로는 세계시장으로 비상하는 중소기업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FTA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는 시장 규모가 늘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 기회도 늘어나게 마련.국내시장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틈새 품목도 세계로 넓히면 수천억원짜리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CEO는 물론 임원,직원까지 세계시장에서 '한번 붙어보자'는 의욕에 충만한 중소기업들이 장차 '희망 한국'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