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8.6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정년은 56.8세다.

은퇴 후에도 20년은 더 산다는 얘기다.

은퇴 후 삶이 전체 인생의 '4분의 1'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60%가 은퇴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담보로 맡기면 고령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처럼 지급받을 수 있는 종신형 역모기지론이 나온 것은 노후준비를 미처 못한 서민들에게 희소식이다.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하나은행과 삼성화재 흥국생명 등 8개 금융회사는 오는 12일부터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역모기지론인 '주택연금'을 판매한다.

역모기지론이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맡긴 뒤 매달 일정액의 대출금을 연금식으로 지급받는 상품.특히 새로 도입되는 주택연금은 종신 지급을 원칙으로 하며 이용자가 사망할 때까지 담보로 맡긴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

◆부부 둘다 65세 되어야 자격 생겨

주택연금은 부부가 모두 만 65세 이상인 고령자로 6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가입할 수 있다.

예컨대 남편은 70세이고 부인이 62세인 경우는 부인이 65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상주택은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등 등기부 등본상 소유권 등기가 되어 있고 실제 1년 이상 거주한 주택이면 가능하다.

연금 지급기간은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가 연금을 계속 받으려면 배우자에게 주택 소유권이 승계돼야 한다.

중도에 집을 팔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 등에는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

◆3억원 주택에 대해 매달 85만원 지급

연금의 월 지급액은 이용자(배우자 포함)의 연령과 주택 가격 등에 따라 결정된다.

연령이 높을수록,주택 가격이 높을수록,금리가 낮을수록 더 많은 월 지급금을 수령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만 65세이고 시가 3억원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 받게 될 월 지급금은 종신(사망시)까지 매달 85만원가량이다.

대출금은 이용자가 숨진 뒤 해당 주택을 경매에 부쳐 회수하게 된다.

특히 가입자가 일찍 사망해 연금수령 기간이 줄어들 경우에도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공사가 주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고 남는 차액은 유족들에게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가 사망한 뒤 공사가 집을 팔아 회수한 돈이 그동안의 연금지급액보다 적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에게 부족분을 청구하지 않는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에 상속인이 대출 잔액을 중도에 상환하고 집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

◆주택연금 가입여부, 고민되네

주택연금은 '대박 상품'이 절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 신청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주택을 굳이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대신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대안이다.

주택을 전세로 놓고 부부가 값이 싼 지역으로 옮겨 차액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주택가격이 3억원일 경우 2억원에 전세를 놓고 자신은 8000만원의 전세로 옮긴다고 가정하면 1억200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이 여유자금을 연 6% 정기예금으로 가입하면 월 57만1500원의 이자(6000만원 비과세,나머지 6000만원 세금우대 기준)를 수령할 수 있다.

월 수령액이 적은 대신 2억원의 전세를 낀 3억원의 집과 1억2000만원의 돈을 자식들에게 남겨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전세가 오른다면 그만큼 수령액도 늘어나게 된다.

주택연금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집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한 국민들의 정서와 집을 물려받기를 기대하는 자식들의 반대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을 상속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민 정서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주택연금이 자리를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노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주택연금이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