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미래 성장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이천공장 증설 무산 때문만이 아니다.

이 공장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알루미늄 공정을 구리 공정으로 전면 교체해 50나노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환경부가 이번에도 관련 법규를 내세워 '구리 공정 불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을 구리 공정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첨단기술을 적용할 수 없어 경쟁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반도체 공장으로서의 능력을 상실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천공장은 폐쇄가 불가피하며 하이닉스는 구리 공정 신설을 위해 중국 이전을 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에 이천공장의 경쟁력 상실을 막기 위해 2008년까지 제조공정을 알루미늄에서 구리로 바꾸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협조를 요청해 왔다"며 "관계부처가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고 23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공정을 알루미늄에서 구리로 전환하려면 한강 상수원 지역에서 구리를 배출하는 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수질환경보전법 등 환경 관련 법규의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김 사장이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닉스는 300mm 웨이퍼 생산 과정에서 70~90나노 기술을 적용하는 데는 지금처럼 알루미늄 공정으로도 상관없지만,50나노급 이하로 생산성을 높이려면 전도성이 뛰어난 구리 공정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경쟁 업체들이 이미 구리 공정으로 바꾸기 시작한 지 오래인 데다 2009년께면 구리 공정 전환을 통한 생산성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늦어도 내년까지는 공정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하이닉스가 구리를 사용해도 상수원 보호에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만큼 환경 관련 법규가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상수원에서도 구리 공정을 허용하되 인체와 생태계에 무해한 배출 기준을 정해 엄격히 관리하는 총량제 방식으로 환경정책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질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규의 즉각적인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총량제를 도입하려면 구리를 포함해 각종 물질이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데이터를 축적·조사하는 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3~4년 이상 걸린다"며 2008년까지 공정을 바꾸려는 하이닉스의 계획을 허용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현승윤/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