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대우로 최고의 정부 만든다.'
싱가포르 정부가 이 같은 기치를 내걸고 총리 및 장관들의 봉급을 내년 말까지 60% 인상키로 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부문 고액 연봉자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최고의 인재가 유입되고 정부와 국가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국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10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정부 수반인 리셴룽 총리의 연봉은 내년 말 310만싱가포르달러(205만달러,약 19억원)로 인상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연봉(44만달러)의 다섯 배가 될 전망이다.
리 총리를 포함한 장관급의 평균 연봉은 190만싱가포르달러(126만달러,약 11억7000만원)로 오른다.
한국과 비교하면 리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2억354만2000원)의 열 배에 가까운 연봉을 받게 된다.
싱가포르 장관의 평균 연봉은 한국 장관 연봉(1억585만7000원)의 열 배가 넘는다.
이번 봉급 인상은 공공 부문에 인재를 잡아두고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도 고급 인력이 민간 부문뿐 아니라 해외로 유출되는 경향이 가속화하고 있어 위기감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공무원 인사를 맡고 있는 테오 체 힌 국방장관은 "고위 공무원 봉급을 높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싱가포르의 정부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며 봉급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높은 봉급 수준만 보고 인재가 정부 부문으로 몰려드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봉급 때문에 이들이 정부 부문을 외면하거나 떠나는 일은 더욱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발전의 초석을 놓은 리콴유 전 총리(현 선임 장관)도 장관의 봉급이 경쟁국보다 많지 않으면 "국민들이 보유한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직장도 잃을 수 있으며 싱가포르 여성들이 다른 나라 식모살이를 할 수도 있다"는 강한 비유를 하며 봉급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실적으로는 싱가포르 장관과 민간 부문 고액 연봉자 간 임금 격차가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고위 공무원 봉급 결정 시스템은 1994년 리콴유 전 총리가 만들었다.
회계,법률,금융,외국계 기업 등 6개 민간 분야의 최고 연봉자 8명의 중간 봉급을 찾아 이 수준의 3분의 2에 맞추는 방식이었다.
최근 조사 결과 장관들의 봉급이 이런 기준의 절반 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파악돼 봉급 인상 결정을 내렸다.
인상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도 반발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인상률이 높아도 너무 높다며 온라인에서 벌어진 반대 서명에 800명이 동참하기도 했다.
빈부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시민은 "엔론이나 월드콤 같은 기업들은 최고경영진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줬지만 지금 그 회사들은 사라지고 말았다"며 "돈이 모든 죄악의 원천이라고 할 수 없듯이 최고의 정부를 만드는 근간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전적 보상 외에 명예나 책임감,헌신,열정 같은 다른 동기가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평균적인 싱가포르 직장인들은 연간 2만4000달러 정도를 벌어들인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