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트로골드윈메이어(MGM)사의 영화에는 으레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동영상 로고가 등장한다.
미국에서는 다른 영화사들이 이 사자 울음소리를 자사 로고에 사용할 수 없다.
MGM이 자국 특허청에 사자 울음소리를 아예 상표로 등록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 특허청에서는 소리를 상표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다른 영화사들의 로고에서도 사자들이 으르렁거릴 수 있다.
앞으로는 그러나 한국에서도 문자나 도형 외에 MGM의 사자울음과 같은 소리나 냄새도 상표로 등록돼 다른 기업들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3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이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소리와 냄새를 상표로 인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상표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기업들이 소리·냄새상표를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상표법에서는 그동안 상표의 요건을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이나 이들 각각에 색채를 결합한 것'에 한정해왔다.
특허청은 이에 더해 지난해 상표법을 개정, 7월부터 동영상과 홀로그램도 상표로 인정키로 했으나 소리 등 비(非)시각적인 요소들은 제외시켰다.
그러나 이번 FTA 협상 결과로 기업들이 보다 다양한 감각수단에 호소해 회사나 제품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소리·냄새상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국특허정보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NBC가 1947년 라디오방송업에 대해 소리상표를 처음 출원한 이후 2004년까지 총 205건의 소리상표가 출원됐다.
이 가운데 2002년 이후 건수가 133건으로 65%를 차지해 최근 출원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990년 냄새상표 제도도 도입했다.
특허 전문가들은 그러나 소리 및 냄새 상표가 도형,문자 등 시각 상표에 비해 구별이 힘들다는 점에서 널리 사용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아직까지 냄새상표는 데이터로 표현되는 경우에 한해 등록시켜주고 있다.
한국특허정보원 상표조사분석팀 정재성 연구원은 "소리상표와 냄새상표 도입은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이들 상표의 불명확성으로 국내 도입 시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특허업계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김현석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