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시장에 '우삼겹'이라는 메뉴가 화제다.

쇠고기지만 생김새가 돼지 삼겹살과 똑같이 생겨 '우삼겹'이란 이름이 붙었다.

가격이 싸고 육질이 쫄깃해 고객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우삼겹'을 파는 고깃집이 하나둘 씩 늘어나고 프랜차이즈점까지 생겨나고 있다.

'우삼겹'을 만들어낸 '원조'는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사장(42)이다.

백 사장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골목'에서 6∼7개의 '대박집'을 거느린 '식당 운영의 귀재'로 통한다.

그의 대표 가게인 '원조쌈밥집'은 기다란 직사각형 틀에 야채쌈을 놓아 쌈밥의 형태를 바꿔놓았다.

여기에 삼겹살을 얇게 썰어 특허 등록까지 한 '대패삼겹살'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1시간 이상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다.

쌈밥집에 이어 현대식 포장마차인 '한신포차'가 히트했고 '7분 김치찌개'(7분 동안 기다리도록 타이머를 설치)로 유명한 '새마을식당'과 '감자골' '해물떡찜' '행복분식' '홍콩반점' 등이 모두 그의 아이디어와 솜씨로 만들어졌다.

백 사장은 어린시절부터 미식가인 아버지를 따라 '맛집'을 두루 섭렵하며 자랐다.

가족들 모두 미식가라 가족여행은 관광지가 아니라 '속초 ○○식당' '여수 ○식당'을 찾아가는 식이었다.

일단 먹고 난 뒤 시간이 남으면 주변 관광지를 돌아봤다.

외식도 까다롭게 했다.

맛집을 찾기 위해 가족들이 식당을 다섯 차례나 옮긴 전력도 있다.

백 사장은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집에서 먹은 것을 그대로 만들어 보곤 했다.

특히 학사장교로 군에 들어가 보직에도 없는 '취사장교'를 자원해 요리를 마음껏 해보기도 했다.

그는 제대 후 외식업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엘리트가 내세울 것 없는 음식장사를 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대신 인테리어 사업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IMF 위기 때 환율이 올라 자재 가격이 두 배로 뛰면서 무려 17억원이라는 빚을 떠안았다.

빈털터리가 된 백 사장은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우연히 인수하게 된 '쌈밥집'에서 운명처럼 식당을 시작했다.

"쌈밥집으로 빚쟁이들을 모두 불러 여기서 돈을 벌어 갚겠다고 했지요. 진심이 통했는지 이 가게만 남겨주더군요. 다음 날부터 전단지를 돌렸지요. 아파트 수위들한테 멱살 잡히고 뒤통수도 많이 맞았지요. 그때 흘린 눈물은 제 인생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번듯한 인테리어 회사 사장님 직함을 갖고 단골로 다니던 술집 직원들이 쌈밥집으로 밥을 먹으러 올 때면 민망하고 자존심이 상해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고 하루 4시간만 자는 강행군을 이겨내며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백 사장은 앞으로 '우삼겹'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국식 불고기는 고기를 양념해서 1∼2일 숙성시키기 때문에 고기 색깔이 검게 변해 외국사람들이 꺼립니다.선홍빛이 없어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하지요.이를 위해 개발한 것이 '우삼겹'입니다."

그는 "선홍빛을 살리려면 바로 양념을 해 내놔야 하지만 그러면 양념이 잘 배지 않습니다.양념을 배게 하려면 고기를 얇게 썰어야 하지요.그러나 꽃등심처럼 마블링이 있는 부위는 얇게 썰면 찢어져 버립니다.이에 적합한 부위를 찾다가 '우삼겹'을 개발한 것이지요"라고 설명했다.

'우삼겹'은 차돌박이 부위와 그 주변의 양지살을 동시에 자른 것이다.

백 사장은 이 부위를 찾기 위해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수십마리의 소를 잡았다고 한다.

백 사장은 '우삼겹'을 파는 '본가'의 지점을 국내에서 12군데 운영 중이다.

중국도 칭다오와 상하이 베이징 다롄 등 12곳에서 '우삼겹'을 팔고 있다.

중국은 지점당 평균 5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이미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백 사장은 조만간 일본과 미국으로 진출,불고기 종주국의 명성을 전 세계에 떨치겠다는 각오다.

국내 외식경영 박사 1호인 한양옥 한국외식정보 이사는 "백 사장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이를 강한 추진력으로 현실화시킨 뒤 인내력을 갖고 성공을 기다리는 '3박자'를 갖췄다"며 "차세대 외식업을 선도할 사람으로 백 사장을 주저없이 꼽는다"고 말했다.

글=한은구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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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창업 성공하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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