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이의 검증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이른바 '이명박 X파일'에 대해 "검토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내렸지만,이 문제를 제기했던 정인봉 변호사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시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며 확전을 시도했다.

정 변호사는 이 전 시장이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선거법을 위반한 사건과 관련,"강삼재 사무총장은 '이 전 시장이 찾아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당에서 막아주지 않으면 전국 지구당에 보낸 정치자금 실체를 공개하고 자신도 같이 죽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삼재 전 의원은 측근을 통해 "정 변호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또 "이 전 시장이 '정 변호사가 우리 캠프에서 일하고 싶다고 연락해 왔는데 우리 쪽에서 전화를 제대로 받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사과하지 않으면 형사고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싸움은 시작"이라며 추가 자료 공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미 중인 한나라당 박 전 대표는 이날 저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후보 검증은 당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 대한 도덕 기준으로 볼 때 중요한 것인지,경선위 주장처럼 과연 하찮은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정 변호사에게는 미국 방문 전에도,어제 저녁에도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 하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런데도 이 전 시장 캠프 측이 '짜고 치는 고스톱' 운운하며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거지(억지)이며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1996년 당시 이 전 시장의 비서관으로 지내다 선거법 위반 사실을 폭로한 뒤 이 전 시장 측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도피했던 김유찬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해외 도피 자금 외에 위증의 대가로 이 의원 측으로부터 모두 1억2500만원을 더 받았다"며 "이 전 시장이 '제3자화법'을 통해 살해위협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이달 말이나 내달 초께 '이명박 리포트'라는 제목의 책자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김대업 수법이다.추악한 정치공작 수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게 개탄스럽다"고 반박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