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저출산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성장잠재력 위축→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출산율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경제신문은 ‘저출산 함께 풀어갑시다’ 캠페인의 하나로 세계 각국의 저출산 고민과 대응 노력,그 성과 등을 살펴보는 ‘세계는 지금 저출산과 전쟁’ 시리즈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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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스이타(吹田)시에 있는 야데마 보육원(우리나라의 어린이집)엔 지난해 경사가 있었다.

한 살에서 다섯 살까지 연령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이 보육원에 지난해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영아 3명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오랜만에 원생 수가 늘어난 것이다.

야데마 보육원은 지난 십수년간 줄곧 원생 수가 줄거나 정체상태였다.

구마이 요시하루 원장(59)은 "잃어버린 10년을 지내면서 아이도 낳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경기가 풀려서인지 부모들이 아이를 하나씩 더 낳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반등하는 출산율

이 같은 현상은 스이타시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 열도 전체적으로 지난해 출산율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년 만에 처음이다.

저출산으로 3200년이면 지구에서 일본인이 사라질 것이라던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던 몇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실제로 후생노동성 자체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전년보다 2만3000명 늘어난 108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2005년 1.25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을 보였던 합계출산율(여성들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동 수)이 다소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출산율 반등의 원인을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소자화(少子化) 및 남녀공동참여담당 장관은 "일부에선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경기가 좋아지면서 젊은이들이 미래를 밝게 보기 시작했고 정부가 TV 등을 통해 출산장려 홍보에 전력을 기울인 것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 아쉬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출산율 반등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아동수당 확대와 직장 내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기업지원 확대 방안을 담은 저출산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엔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출산장려 기능을 통합한 별도의 '자녀부'를 따로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지자체들도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 열심이다.

인구 감소로 충격을 받고 있는 오사카는 지난해부터 신혼부부에게 결혼신고 직후부터 월 2만엔을 2년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초저출산 지역(출산율 0.80명)인 도쿄 세타가와구는 지난해 12월부터 15세 이하 아동의 교육 의료비를 전액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 내각부 소자·고령화대책팀의 마쓰다 마사노부 과장은 "일본은 10여년 넘게 출산장려 정책을 펴왔으나 출산율 하락세를 반등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며 "이번 출산율 반전을 추세로 정착시키려면 좀 더 과감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대갈등 전에 과감히 투자해야

마쓰다 과장은 그런 분야로 가족정책(출산·보육지원) 예산과 노인지원 예산의 비중 조정 문제를 꼽았다.

일본의 경우 2003년 사회복지분야 예산(84조2668억엔) 중 70.4%(59조3178억엔)를 노인지원에 썼다.

가족정책예산은 3조1626억엔으로 3.8%에 불과했다.

정부가 출산 장려에 처음 나선 1995년 이후 가족 예산을 더 많이 늘리려 했으나 노인예산 증가율은 가족정책 예산 증가율보다 항상 두 배 정도 높았다.

마쓰다 과장은 "저출산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두 예산의 비중을 조정해 보려 했지만 지역표를 의식하는 국회에서 조정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한국도 이런 세대갈등이 있기 전에 저출산 대책에 과감하고 신속하게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남훈 저출산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일본의 노인예산 증가율이 높은 것은 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비 지출 때문"이라며 "한국도 노인 인구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이런 지출 때문에 출산대책을 세우고 싶어도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오사카=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