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명은 서울지역 수능응시 인원과 엇비슷한 숫자.시험을 위해 동원된 감독관이 1만5000명에 달했으며 시험장으로 143개 학교를 빌려야 했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치렀다는 경희대 4학년 김미정씨는 "4년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 중 절반 이상이 9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며 "직업이 안정적인 데다 자유 시간도 많이 주어지는 공무원이라면 급수따위는 중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2 고려대 학내 벤처기업인 MW스토리의 운영자인 강한씨(26·수학과 4년)와 류대걸씨(26·수학과 4년)는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대신 창업을 택했다.
이들은 저작권자의 표식이 들어간 전자태그를 파일을 삽입한 후 P2P 방식으로 유통시키는 프로그램인 '냐온'을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강한 사장은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기업에 입사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보다 창업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양극화 된 직업관 - 공무원 아니면 사업
위의 사례는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 트랜드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기시간이 많은 안정된 직업이 좋지만 다소 힘든 일이라도 자신의 사업이라면 열성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것.그럴듯한 간판이나 직함에는 별다른 미련이 없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앙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도 현장의 반응과 일치한다.
우선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조사 결과 학자(교수) 공무원이 15.4%와 12.8%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6.9%의 선호도를 보인 교사를 공무원으로 계산할 경우 공무원이라는 응답이 19.7%로 학자를 앞지른다.
학자를 선호한다고 답한 학생들은 주로 이공계열 학생들이었으며 문과계열 학생들은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은 '사회적 성공'보다 '개인적 행복'을 더 높은 가치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학생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이 건강(57.5%)과 가정(57.5%)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사회적인 인정과 존경'(43.4%,이상 복수응답)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안정 지향적인 성향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한씨나 류대걸씨처럼 자기사업을 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선호하는 직업과 관련된 설문에서 기업가(자기사업)라고 응답한 학생의 비중이 11.9%로 회사원(6.4%)을 멀찍이 따돌린 것이 그 증거다.
중앙리서치 관계자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 보면 경제난을 걱정하는 안정지향적 성향과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은 못견뎌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교차한다"며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면서도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