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다가 와인과 비슷한 부분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커피 애호가로서 와인과 커피를 비교해 보려 한다.

먼저 맛과 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와인과 커피는 공통점이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려는 사람들 때문에 이들 두 음료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

생산지의 기후와 토양은 물론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와인과 커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맛과 향의 배합을 자랑한다.

와인과 커피 애호가들이 자신에게 맞는 맛과 향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아하다 복잡하다 풍부하다 달콤하다' 등 테이스팅을 하면서 맛과 향을 표현하는 어휘도 무척이나 유사하다.

와인은 산지를 분류하는 것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인데 커피 역시 만만치 않다.

과테말라 니카라과 같은 나라들은 법으로 커피 산지를 구분하고 있으며 콜롬비아는 86개 지역으로 산지를 나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종류의 숫자다.

포도는 전 세계에 수많은 품종이 있지만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유래한 이름)'와 '로부스타'로 나뉜다는 정도다.

빈티지에 따라 원두 커피의 품질이 다른 것도 와인과 닮은꼴이다.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커피는 특히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한 번 맛들이면 쉽게 끊기가 어렵다.

물론 와인도 알코올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말이다.

원료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맥을 같이한다.

와인과 커피는 원재료를 가공해서 만드는 2차 상품이다.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나 원두 커피로 만드는 커피 모두 원재료의 품질이 와인과 커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막중한 역할도 꼽을 수 있다.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라테 등은 모두 사람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다.

원두 커피를 수확하고 말려서 볶는 것부터 갈아서 적당량의 우유와 섞는 것까지 커피의 맛과 향은 인간의 지대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마치 와인 메이커의 기술과 노하우가 와인의 품질에 큰 공헌을 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커피와 와인 둘 다 제대로 맛과 향을 즐기고 느끼려면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맛있는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원산지,포도 품종,포도주 농장 등 기본적인 지식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커피도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결코 좋은 커피를 고를 수 없을 것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