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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코오롱 노조 민노총 전격 탈퇴 왜?

불과 2년여 전에 64일간의 장기 파업을 벌이는 등 초강경 투쟁을 벌여 온 ㈜코오롱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전격 탈퇴하기로 결정,국내 노동계 및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초강성 노조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코오롱 노조가 파업의 사슬을 끊기 위해 강경 투쟁을 부추겨온 민주노총과의 결별을 선택했기 때문.특히 강경·정치투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아픔을 겪은 조합원들이 '투쟁보다는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며 노사 상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노동 현장의 변화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코오롱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결의로 그동안 강경·정치투쟁 일변도의 노선을 견지해온 민주노총은 물론 산하 강성 단위 노조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탈퇴했나

코오롱 노조는 한때 조합원 수가 3500명이 넘는 경북 구미공단 내 최대 노조였다.

섬유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심각해졌으며,2004년 노조가 64일간 장기 파업을 강행하고 회사가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노사분규는 정점에 이르기도 했다.

수년간 투쟁과 파업만을 고집해온 코오롱 노조의 변신은 회사가 적자에 빠져 대량 해고 사태를 겪는 등 악화한 경영환경에서 비롯됐다.

강성 투쟁의 결과로 인해 결국 노조원들의 피해만 커졌다는 자성이 노조 내부에서 일기 시작한 것.특히 노조의 변화는 지난 8월 '상생의 노사관계'를 내건 현 집행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본격화했다.

집행부를 32명에서 18명으로 감축한 데 이어 대내외에 보내는 각종 공문에서 '민주노총 화섬연맹'이라는 문구까지 삭제했다.

결국 코오롱 노조는 회사의 원할한 투자 유치와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독자 노선을 선택한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강경 투쟁 불씨를 없애기 위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결별을 선택하게 됐다"며 "조합원들이 '민노총에 가입한 잃어버린 10년을 끝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 맞는 민주노총

코오롱 노조의 탈퇴로 민주노총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강성 노조로 유명했던 코오롱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노동계의 지각 변동에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특히 최근 투쟁 이미지를 버리고 노사 상생을 선택하고 있는 노조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어,민주노총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1994년 장기 파업으로 엄청난 손실을 봤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경 투쟁 노선을 버리고 12년째 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중 노조도 민주노총을 탈퇴,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2004년 불법 파업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GS칼텍스 노조 역시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노조로 탈바꿈했다.

㈜효성,태광산업,고합 등 화섬업계 3사 노조도 한때 장기 파업을 벌였지만 최근에는 투쟁을 접었다.

이달 초 자진 해산한 대림산업 노조나 최근 일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도덕성 시비 역시 민주노총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대목이다.

○바뀌는 노조문화

투쟁이 난무하던 국내 노동문화에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진단이다.

재계뿐만 아니라 노동계 관계자들마저도 노사문화의 변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평소 투쟁을 외치던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올해 여름부터 직접 국가 투자설명회(IR)에 나선 게 대표적인 사례.노·사·정 차원을 떠나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하고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취지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또 철저한 법과 원칙이 적용되면서 개별 노조의 투쟁 행태도 변화를 맞고 있다.

각 기업들은 불법 파업이 끝난 뒤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했고 파업 주동자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를 하면서 투쟁문화는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노조 수뇌부와 구성원들이 파업으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는 것.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파업 참여율 하락도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한 간부는 "이제 강성 투쟁이나 정치 파업 등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실리 추구와 조합원의 복지를 위한 노조활동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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