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위안화 환율제도의 자유화나 위안화 가치의 빠른 상승을 절실히 원했다. 그래서 7명의 각료가 총출동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관료들에 대한 교육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장으로 생각했다."베이징에서 처음 열린 미·중전략경제대화에 대한 외국 언론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체면치레용 합의=미국측 대표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대화를 마친 후 우이 중국 부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이 위안화의 변동을 좀더 유연하게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를 넘겨받은 우이 부총리는 이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는 양측이 위안화의 환율문제를 놓고 마음 속에 여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로의 얼굴을 세워주는 차원에서 합의한 것이지 환율제도 변경이나 위안화 절상폭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대화에 임하는 폴슨 장관의 부담이 컸다. 오죽했으면 독립적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벤 버냉키 의장까지 동원했을까.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는 점에서 미국 대표단은 환율문제에 관한 성과를 가지고 가야 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길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좀더 빨리 올리거나 완전하게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고 미국측은 판단했다. 실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1조달러를 넘고 지속적으로 증가,전문가들도 위안화의 절상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우이 부총리의 화답은 원론적이었다. 그는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사는 1억5000만명의 극빈층을 생각해 달라며 구체적인 절상폭이나 제도 변경을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소비를 늘리겠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의 대중 무역압력이 강화될 공산이 커졌다.

○위안화 절상 빨라질 듯=그러나 위안화 가치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중국이 제도 변경을 하지 않더라도 막대한 흑자를 감안해 지속적인 상승을 용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재계는 위안화가 실제 가치보다 최대 40% 정도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비교적 빠른 상승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8월 달러당 8위안이 붕괴된 뒤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 15일 장중 달러당 7.8195위안까지 올랐다(위안·달러 환율 하락).작년 7월 환율제도 개혁 이후 3.7%나 뛴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내년 말 달러당 7.5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