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 내에 자리잡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신일정공.GM대우의 100여개 1차 벤더 중 한 곳으로,자동차 내외장용 프레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에는 필리핀인 11명,스리랑카인 1명 등 모두 12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관리직을 제외한 이 회사 전체 생산직 근로자 50명 중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25%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2004년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부터.고용허가제 이전 산업연수생 제도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를 일부 채용했지만 잦은 이탈로 애를 먹다가 정부가 외국인 고용을 합법화해 준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본격적인 외국인 채용에 나섰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왕성한 근로 의욕에 만족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체로 외국인 근로자의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고,근로 의욕 또한 왕성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정부 간 협정을 통해 인력을 공급받다 보니 상대방 정부에서 일정 수준의 인력 검증 절차를 거치는 데다 학력,전공,기능 등을 충분히 살펴본 뒤 선택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근로 의욕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업주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필리핀인 9명을 채용하고 있는 시화공단 내 의료용기 부품 업체인 대한메디칼시스템의 김용호 사장은 "내국인들은 잔업과 야근을 기피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돈벌려고 온 만큼 수당이 많이 나오는 야근과 잔업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내국인과 대등한 임금·복지 수준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기업측의 부담은 다소 늘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임금과 복지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국민연금 등 4대 보험과 함께 출국만기보험,임금체불 보증보험 등 6종의 보험료를 내야 하고,최저임금제 등이 내국인과 동등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신일정공의 조선희 차장은 "기본급과 야근 및 잔업 수당 등을 포함해 통상 140만원 수준의 월급에다 기숙사를 통해 제공되는 숙식비 15만원 정도를 포함하면 내국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 들어 550%의 상여금을 차별 없이 지급했고,본인의 희망에 따라 연간 15일 정도 휴가를 줘 고국을 다녀올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에서 1년2개월째 일하고 있는 필리핀인 페루 롤리씨는 "임금이나 숙식 등 회사 생활에 모두 만족한다"며 "체류 제한 기한 이후에도 다시 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국,필리핀,베트남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16명을 채용하고 있는 신발제조 업체 엘라스의 신준하 이사는 "비용 부담이 다소 늘긴 했지만 이탈이나 이직 없이 꿋꿋하게 일해줘 기회가 되면 더 뽑고 싶다"고 말했다.

○체류 제한 기간 늘려야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국내 정주를 막기 위해 고용 및 체류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기간 이후에도 동일한 외국인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려면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으로 출국한 후 1개월이 경과한 뒤 재고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사업주들 중 일부는 이 기간이 너무 짧아 효율적인 인력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일정공의 이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언어 및 기술이 숙달되는 데는 1∼2년 정도 걸린다"며 "따라서 현행 제도에서는 일이 숙달될만 하면 떠날 수밖에 없어 체류 제한 기간을 5년 정도로 늘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안산=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