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에 만들어진 생활·체육공원 '기흥레스피아'.작은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사실 하수처리장이다.

그러나 공원 지하에 하수처리장이 설치돼 있지만 처리장 시설은 보이지 않고 악취도 전혀 없어 일반 시민들 대부분은 하수처리장이란 사실을 모를 정도다.

용인시는 기흥의 종합하수처리장 지상에 축구 테니스 농구 게이트볼 린나이스케이트 등의 경기장과 실내 수영장을 만들고 주변에 생태공원 산책로 잔디광장 등을 조성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하수처리장을 지하에 설치하고 그 위에 종합체육시설과 생태공원을 조성,혐오시설 이미지를 없애고 시민 체육레저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용인시의 기흥레스피아는 부지 2만6199평 지하에서 하루에 오물 분뇨 생활하수 등 5만㎥의 폐수를 처리하는 대형 하수처리장이지만 실제 주민들에게는 친환경 체육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용인시뿐만 아니다.

부산시는 남구 용호3동 남부하수처리장 옥상에 축구장 잔디광장 등 종합체육공원을 조성해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영 및 영도하수처리장 등에서도 녹지공간과 체육시설을 만들어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미 2002년에 하수처리 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잔디광장 산책로 농구장 등 각종 생활편의 시설을 건설했다.

특히 수성구 두산동 수상유원지 북측에 위치한 지산하수처리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하수를 정밀하게 정화 처리해 깨끗한 하천용수로 이용함으로써 서울 청계천 복원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혐오시설로 인식돼온 하수처리장을 주민 편의시설로 탈바꿈시킨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첨단기술로 무장한 환경기업이다.

'기흥레스피아'에서 폐수 악취를 제거한 냄새제거 전문업체 센텍이 대표적이다.

용인시는 센텍이 처음 개발한 첨단공법인 포토존 광화학적 산화 탈취장치를 설치함으로써 미세한 악취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센텍 관계자는 "기존 악취제거 방법은 물속에 미생물이나 화학물을 넣어 탈취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악취 제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광화학적(자외선) 산화방식은 냄새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선진국은 하수처리장에 생태공원 조성이 보편화돼 있다"며 "도심속에 부족한 휴식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인천=김인완·부산=김태현·대구=신경원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