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가 본격화하면서 롱 부츠와 코디를 맞춘 '롱 장갑'이 뜨고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이 파티에 나갈 때 끼었던 팔꿈치 근처까지 올라오는 바로 그 긴 장갑이다.

7부 소매 코트,모피 소재 볼레로(상반신의 70% 정도만 가리는 망토 형식의 외투) 등의 인기에 힘입어 '롱 장갑'이 평상복에까지 적용되며 올 겨울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긴 장갑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에서 12월 들어 열흘 동안 전년 동기 대비 30~40%대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대신 지난해까지 인기를 끌던 '손목 장갑'은 잘 안 팔려 각 백화점마다 지난해보다 각각 5~10% 정도 판매가 줄었다.

이번 시즌 닥스 메트로시티 루이까또즈 등 매스티지(대중 명품) 잡화 브랜드에서 내놓은 장갑은 보통의 것보다 길이가 최고 20cm 길다.

거의 주방용 고무장갑 길이와 맞먹는다.

긴 장갑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제품과 양가죽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이번 시즌에는 양가죽에 반짝거리는 비즈(작은 구슬)를 장식한 제품이 인기가 많다.

여성들이 부쩍 긴 장갑을 찾고 있는 것은 보온과 옷맵시 양쪽 측면에서 올 겨울 유행 패션 경향과 잘 맞기 때문이다.

긴 장갑을 끼면 최근 유행인 7부 소매 코트 등을 입었을 때 외부 공기에 훤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팔꿈치 아래 부분을 보호하는 한편 마치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로맨틱한 느낌까지 맛볼 수 있다는 것.

강명란 신세계 패션연구소 연구원은 "긴 장갑은 우아함과 여성스러움의 극치를 표현하는 패션 소품이기 때문에 과거 파티용 드레스에나 어울렸다"며 "그러나 올해는 긴 장갑을 코디하기 쉬운 평상복이 유행이라 여성들에게 '공주풍' 판타지를 선물하는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긴 장갑 선택에도 요령이 있다고 조언한다.

양모 코트 등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옷에는 양가죽 장갑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밍크 등 모피 소재로 만들어져 섹시한 느낌을 주는 볼레로나 망토에 가죽 장갑을 끼면 자칫 설거지하던 고무장갑을 그대로 착용하고 나온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때는 벨벳 소재 제품이 적당하는 것.

김동수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연말 모임 등에 참석하기 위해 화려한 파티 의상을 갖춰 입었을 때는 가죽보다 벨벳,스웨이드 등 광택감이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긴 장갑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가죽 장갑은 털 장식이 달린 것을 골라 밋밋함을 덜고,벨벳 장갑은 손에 딱 맞는 것으로 맵시를 살려주는 게 좋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선택법이다.

국내 브랜드로는 닥스와 메트로시티,루이까또즈 등의 브랜드가 비교적 상품 구색을 다양하게 갖췄다.

닥스는 디자인·소재에 따라 7만~12만원에,메트로시티는 보급형인 18만원짜리와 고급형 28만원짜리로 가격을 단순화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루이까또즈도 비즈 장식이 화려한 긴 장갑을 9만9000~12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아메리칸 이글,어반 아웃피터스,마크 제이콥스 등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해외 브랜드 제품은 구매 대행 사이트 '위즈위드(www.wizwid.com)'에서 5만~15만원에 살 수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백화점 업계 단독으로 '프리미엄 장갑 특별전'을 열고 있다.

입점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20만~30만원대에 내놓았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