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뒤 1990년까지 칠레를 이끌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이 10일 오후 2시15분(한국시간 11일 오전 2시15분)께 심장질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91세.

산티아고 국군통합병원은 성명을 통해 지난주 심장마비 증세로 입원,긴급수술을 받은 피노체트가 이날 상태가 악화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1973년 9월11일 쿠데타를 주도하기 전까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이듬해부터 1인 통치 체제를 확립하기 시작, 권력기반을 확보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좌파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다.

대통령 재직 17년 동안 3197명이 정치적 이유로 살해됐고 1000여명이 아직도 실종 상태이며,수천명이 불법 감금된 채 고문을 당하거나 강제 추방됐다.

피노체트의 악행은 1988년 집권 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부결되고 이듬해 12월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파트리시오 아일윈 후보가 당선되면서 막을 내렸다.

이날 칠레에서는 피노체트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기보다는 독재자의 '단죄'가 무산됐음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졌다.

칠레 정부는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와 관련,국장(國葬)을 치르지 않을 것이며 3일간의 공식 애도기간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