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주인과 근로계약 없이 월 50만원을 받으면서 5년째 일하고 있다면 이 근로자는 비정규직일까,정규직일까.
답은 정규직이다.
정부의 통계 분류상 근로 형태가 비정규직이 아니고 정규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금 수준은 비정규직보다 못하지만 근로 형태상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직종들이 많아 혼란이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비정규직법안 내용 중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한 혼선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분명치 않은 기준들 때문이다.
비정규직법 중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기업주가 기간제근로자(계약직)를 2년 넘게 계속 고용할 경우 무기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기계약 근로자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정부의 통계 분류상 정규직에 해당된다.
노동부는 1일 바로 이 같은 근거에 따라 기간제근로자를 2년 넘게 계속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발표했다.
이 뉴스를 접한 기간제근로자들과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등 상당히 헷갈려 하는 모습이었다.
◆정규직 돼도 임금 변화없어
현재 노동시장에 계약직근로자가 361만5000여명에 달하고 2년 이상 계속 고용을 하는 경우도 20%가 넘는 70만명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노동부는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고용하던 계약직을 해고할 수도 없고 계속 고용하자니 지불능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계약직근로자들 역시 정부의 발표로 정규직 전환에 대한 희망과 2년 만에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이 엇갈리긴 마찬가지였다.
많은 독자들이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의문을 제기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정규직이 되면 정말 고용과 임금 수준이 모두 개선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약직이 정규직이 되면 고용은 안정되지만 임금은 계약직 때와 별반 달라질 게 없다.
노동부가 정규직이란 명칭을 붙인 무기계약근로자의 신분이 정규직으로 상승하는 게 아니고 명칭만 정규직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는 정규직은 기존의 정규직과 임금 수준에서 여전히 격차가 벌어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명칭은 정규직이지만 신분은 비정규직인 이른바 '준정규직'인 셈이다.
박준성 성신여대교수(경영학)는 "정부가 무기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발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통계 방식부터 손질이 가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헷갈리는 정부의 고용 형태 분류
명칭을 둘러싼 혼선이 왜 일어날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류하는 정부의 통계방식 때문이다.
노·사·정이 2002년 합의한 통계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정부는 비정규직을 △기간제(계약직)처럼 고용계약 기간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근무 기간 1개월 이상 1년 미만의 임시직 △근무 기간 1개월 미만의 일용직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에다 파트타임,특수고용직,파견근로,가정 내 근로,용역근로 등도 비정규직에 포함하고 있다.
정규직은 회사 내규에 의해 채용돼 인사관리규정의 적용을 받고 퇴직금,상여금,각종 수당을 받는 경우와 비정규직 분류 항목에 해당되지 않는 근로자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여관,식당,영세 중소업체 등에서 일하는 저임금 취약계층이 대부분 정규직에 포함된다.
식당이나 여관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의 경우 근로계약 없이 계속 고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고용 형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통계도 상당히 왜곡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 형태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류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바꿀 뾰족한 대안도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2005년 8월 현재 비정규직 수를 548만3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취약계층 300여만명을 합해 840여만명으로 계산하고 있다.
취약계층 300여만명은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지만 임금은 비정규직보다 못한 수준으로 받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 용어풀이 ]
비정규직 근로자는 고용 형태에 따라 분류할 수 있으며 고용 계약기간,근로 제공의 방식,고용의 지속성,근로시간 등 국제적 기준과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하는 다양한 기준에 의해 파악되고 있다.
▲기간제(한시적)근로자=근로계약 기간을 정한 자 또는 정하지 않았으나 비자발적 사유로 계속 근무를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흔히 계약직으로 불리고 364만여명으로 비정규직 중 가장 많다.
▲시간제근로자(파트타이머)=근로시간이 짧은 파트타임 근로자.100여만명이 있다.
▲비전형근로자=파견근로자,용역근로자,특수 고용 종사자,가정 내 근로자,일일(호출)근로자 등을 포함한다.
#파견근로자=업무를 지시하는 사용자와 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로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 파견계약 내용에 따라 사업장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무하는 형태.11만8000여명이 있다.
#용역근로=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이 업체의 지휘 하에 이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은 다른 업체에서 근무하는 형태로 청소용역,경비용역업체 등에 근무하는 형태.
#특수형태근로=독자적인 사무실,점포 또는 작업장을 보유하지 않았으면서 비독립적인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다만 근로 제공의 방법,근로시간 등은 독자적으로 결정하면서 개인적으로 모집,판매,배달,운송 등의 업무를 통해 고객을 찾거나 맞이하는 근무 형태.보험모집인,학습지 교사,화물지입 차주,골프장 캐디 등이다.63만3000여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