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배워도 어렵기만 하고 실제 사용하기 힘든 이른바 '고급 본토 영어' 대신 일상적인 생활이나 기업활동에 필요한 '실용형 영어'를 쉽게 익혀 활용하기 위해서다.
글로비시 개념이 국내에 본격 도입된 것은 올해 초부터.출판사 다락원이 '글로비시로 말하자'(저자 장 폴 네리에르) 등의 영어교재와 회화학습서 mp3파일 등을 통해 글로비시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또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영어의 경제학'이라는 보고서에서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영어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고급 영어가 필요없는 일반인이 손쉽게 배울 수 있는 글로비시 등 대안적 영어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교육업계에선 글로비시 관련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IT전문 기업 더존그룹의 교육부문 계열사인 더존E&H는 지난 9월 이병민 영어교육과 교수,이호영 언어학과 교수 등 서울대 교수팀과 함께 1500단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inglish(international English)'를 개발해 출시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 전화를 활용해 필리핀 현지의 강사를 한국에 있는 학생들과 직접 연결시켜 교육하는 것.목소리만으로 교습이 이뤄지는 다른 전화영어 상품과는 달리 강사의 얼굴,수업 관련 동영상 등 화상자료를 직접 보면서 사실상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다.
'영어 채팅'도 가능해 음성과 문자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다.
김덕기 더존E&H 대표는 "글로비시는 현장에서 급히 영어가 필요한 직장인들에게 알맞은 영어기 때문에 기업 고객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기업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운 편"이라고 말했다.
일반 영어교육업체들도 '빠른 의사소통'에 초점을 둔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능률교육은 최근 come,do,get,go,have,make 등의 기본적인 동사를 활용해 의사소통 방법을 가르치는 '기본동사 미니강의',아는 단어를 꿰어서 짧은 문장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텐 잉글리시 클럽' 등 글로비시와 유사한 컨셉트의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능률교육 관계자는 "최근 나온 회화 프로그램들은 글로비시를 그대로 차용한 것은 아니지만 쉽고 실용적이며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회화를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학습목표가 정통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영어의 말문을 틔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비시가 향후 영어회화교육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근묵 더존E&H 이사는 "글로비시 스타일의 영어는 영어교육은 오랜 기간 받았지만 실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떨어지는 직장인들에게 알맞다"며 "앞으로 글로비시와 흡사한 개념의 '쉬운 영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들이 더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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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글로비시=의사소통에 초점을 둔 영어(Global English).1500개의 기본 단어와 쉬운 문형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훈련받으면 단기간에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조카를 의미하는 'Nephew'는 '형이나 누나의 아들(son of my brother or sister)'과 같이 쉬운 단어로 풀어서 표현한다.
다국적기업인 IBM 유럽지사에서 근무한 프랑스인 장 폴 네리에르가 40개국에서 온 동료들과 영어로 업무를 진행하다 고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