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중년남자들에게는 섹스를 기피하는 이유가 더 많아졌다.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는 인사평가,치열한 자기계발 경쟁,경기 부진 및 투자 위축에 따른 구조조정의 칼날이 목을 옥죄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가 밥그릇과 맞물리면서 압박감은 극에 달하고 연말 업무까지 겹치면서 몸과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바짝 긴장한 남편들은 사내 업무능력 시험에 날밤을 새우고,사내 의무교육 채우기,영어성적 높이기를 하느라 퇴근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기기도 일쑤다. 온갖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가며 고참일수록 명예퇴직이니,구조조정이니 은근한 압박에 어깨는 짓눌려 으슬으슬 추워진다.
그래도 집에 와서는 멋진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은 마음에,남자다움을 잃고 싶지 않아서,또는 마님께까지 걱정을 끼쳐드리게 하기 싫어서,가부장적 권위에 끈을 놓지 않는다.
"절대로 아내가 알아서는 안 되지.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주눅들어 있는지를 알면 아마 기절초풍할걸?"
"사내자식이 시시콜콜 밖의 일을 다 말하면 되나? 그저 나 하나 힘들면 됐지…. 모르는 게 약이지 뭐."
밖에서 몸과 마음의 전쟁들을 치르면서도 이런 속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을 아내들은 얼마나 알까?
대략 아내의 부류는 둘로 나뉜다. 첫째,실상을 모르는 철없는 아내들. "우리 남편은 성실하고 진국이거든. 아무리 구조조정이다 뭐다해도…. 우리 남편을 설마 회사가 어떻할라고. 다른 직원들은 워낙 시원찮아서 우리 남편이 일을 다 하느라 매일 집에 늦게 오잖아. 우리 그이같은 이들이 그 회사를 이끌고 간다고 그러더라구…."
둘째는 얌통머리없는 부류. "남자들이 돈벌어오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아무리 바쁘고 스트레스받아도 그렇지. 나를 생과부 만들려면 뭐 하러 결혼을 했냐구? 머리 깎고 중이나 되지…."
기가 막힐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세월이 그런 것을. 남편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데,안 사람이 밖으로 돌며 원초적 욕구를 해결하러 다닌다면 떡 해 먹을 집구석이다.
아내들이여. 손놓고 있지 말고 파김치가 된 남편이 지하철 안에서도 발걸음을 재촉하게 깜찍을 떨어보자. 루마니아에서는 Jacuzzi(거품목욕)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거품목욕은 럭셔리한 욕실의 새 하얀 욕조가 어울리겠지만 어떤 영화에서는 뻘건 고무대야에서 거품가지고 둘이 즐기는 것도 봤다. 특별한 날에 한 번쯤은 사랑하는 부부들이 사치스런 거품 목욕을 함께 한다면 참으로 좋겠다.
그러나 너무 유능해서(?) 회사 일을 혼자 다 하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저렴한 사치를 맛보게 해 주자. 초인종 소리를 듣자마자 목욕탕 욕조바닥에 미리 짜 놓은 버블바스에 따뜻한 물을 받으면 거품이 잘 살고,물도 안 식고,향기로운 냄새가 긴장도 풀어 준다. 남편을 왕같이 대접하면 아내는 자동으로 왕비가 되는 건가? 미끌미끌한데 대접받는 거 같아 웬지 흥분되고 황홀해 하는데 아내가 따라 들어와 거품장난을 치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놀다가 와인 한 잔까지 부딪친다면 별 다섯개 짜리 호텔도 부럽지 않을 걸. 이런 밤에도 설마 그냥 잘까?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성박사.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