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상장관이 비행기 안에서 어색한(?) 첫 만남을 가졌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15일 베트남에서 개막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14일 오후 7시40분 인천발 하노이행 아시아나 항공기를 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기내에서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을 만났다.

아마리 장관은 지난 9월26일 아베 정권 출범과 함께 임명된 인물이다.

이들의 만남은 전혀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아마리 장관은 이날 도쿄~하노이 간 직항편이 없어 인천에서 환승했는데 하필 그 비행기에 김 본부장이 탔던 것.

사실 양국 통상장관은 이번 APEC에서 통상장관회담 일정도 아직 잡지 않았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한·일 FTA 협상이 2004년 말 깨진 뒤 재개되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아시아권 내에서 아세안+3(한국),아세안+16(일본) 등 각각 FTA를 추진하는 등 통상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

그러나 좁은 기내에서 조우하면서 두 통상장관은 상당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 이날 비행기는 B767-300 기종으로 전체 260석 중 퍼스트클래스는 없고 비즈니스클래스가 18개에 불과해 5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도쿄~하노이는 일주일에 직항이 2편에 불과해 이런 일이 빚어졌다"며 "어쨌든 이것도 인연인 만큼 양국 장관이 향후 통상 현안을 잘 풀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