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혹사시키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라."

지난달 초 54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철새의 생존본능'을 강조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독기를 품으라"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을 강하게 다그쳤다.

이를 위한 미션으로 지난 7일부터 그룹의 핵심 임직원 220명에게 도보행군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1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4개조로 나뉘어 진행되는 릴레이 도보지만,200km에 이르는 강행군이다.

지난해 신입사원과 함께 50km 산악행군을 했던 김 회장은 이번 행사의 노선을 과거 그룹의 모태인 인천 화약공장 터에서 현재의 핵심 주력 사업장인 충북 속리산 보은공장까지 200km로 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군에는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을 비롯해 남영선 ㈜한화 사장,조창호 한화종합화학 사장,진수형 한화증권 사장,정승진 대덕테크노밸리 사장,김관수 한화리조트 사장 등 주력 계열사 CEO와 임원들이 열외 없이 참가하고 있다.

김 회장은 "54년 전 그룹 창립 시절 선배들이 보여준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자"고 도보를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한화의 핵심 임직원들이 변화와 혁신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계열사 CEO들을 매섭게 질책하는 한편 전에 없이 강한 톤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하루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화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무한경쟁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고 있다"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라"와 같은 화법은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 취임 25년째를 맞는 그의 소회와 위기의식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대목.그는 1981년 29세의 나이에 재계 10위권의 한화그룹 총수직에 올랐다.

한화 관계자는 "현재의 사업포트폴리오로는 한화가 앞으로 25년을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데 회장님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화학 레저 콘도사업이 주력인 한화그룹의 사업성장세가 올 들어경기사이클과 맞물려 꺾이고 있거나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김 회장은 한화의 재도약을 위한 그룹의 당면과제로 △미래 신성장 동력의 발굴 △글로벌 사업역량 확대 △핵심 인재 육성 등을 꼽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