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운 다음 결론을 내리겠다.

나는 투기하는 기분으로 결정하진 않는다."

보도 웨버 다임러크라이슬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이 같은 발언이 25일 하루 시장 관계자들을 오락가락하게 만들었다.

3분기 실적을 전화를 통해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쪽 사업부문인 크라이슬러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 다소 모호하게 답변했기 때문.일부에선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급기야 이날 저녁 다임러크라이슬러 대변인은 "크라이슬러를 팔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추측을 서둘러 진화하고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크라이슬러 부문의 매각 여부가 이번 어닝시즌(실적발표 기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메르세데스 부문의 순이익은 두 배 이상 올랐는데 크라이슬러 부문이 죽을 쑤면서 전체 회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37%가량 급감했다.

"암세포 같은 존재로 전락한 크라이슬러를 누군들 떼어내고 싶지 않겠는가"란 분위기가 시장을 휩쓸었다.

이런 차에 매각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CFO의 말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미국내 수요가 둔화되면서 크라이슬러 부문에서 11억6000만유로(14억6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때문에 회사 전체 순이익은 작년 3분기 8억5500만유로에서 올해는 5억4100만유로로 감소했다.

매출도 7.8% 줄어든 351억8000만유로에 그쳤다.

웨버 CFO는 "크라이슬러 부문에서 중요한 구조적 변화를 검토하고 있으며 제품전략,제조과정,원가 등 그동안의 경영과정을 면밀히 재검토하기 위해 7개 팀을 꾸렸다"고 대책을 설명했다.

크라이슬러 부문이 급증하는 재고에도 불구,생산량을 계속 늘리는 '판단 미스'를 했다고 최근 인정한 데 이어 실적마저 나쁘게 나오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