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을 중심으로 한 의원들은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8월 한은의 콜금리 인상이 "잘못된 결정"이라며 맹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금리정책 놓고 공방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의원들의 거센 금리 인하 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둔화가 지속되더라도 통화정책적 차원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콜금리 목표치를 인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한은의 기본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이날 국정감사 답변에서 "올해 하반기가 경기순환상 어려운 시기이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5%보다는 좀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4% 안팎에 머물더라도 통화정책적 차원에서 금리 인하 등의 대응책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시장의 과잉유동성으로 인해 자산거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면 정책금리를 낮추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은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한은이 인정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하반기 경기하강 이외에도 북핵 사태로 인한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지난 8월 이후 유가가 예상보다 안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작년 10월 이후 다섯 차례나 콜금리를 인상했던 정책기조는 이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인위적 개입' 비판
이 총재는 "과거 몇 년 동안 계속됐던 원화의 강세 일변도는 한계에 가까이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원화 강세가 많이 진행됐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도 빠르게 진행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과거 3~4년 동안 일방적인 원화 강세가 앞으로는 속도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와 관련,"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을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단순논리로 접근해왔는데 이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2004년과 2005년 2년 동안 환율 하락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가치가 40조3000억원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한은의 외환개입 정책이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통화안정증권의 급증으로 인한 한국은행 적자,외평기금 적자,국가채무 급증 문제가 모두 수출지상주의에 목 맨 정부의 무리한 환율방어와 한은의 막연한 외환보유액 쌓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들어 계속 급증하고 있는 서비스수지 적자와 관련,"서비스적자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서비스수지에 포착되지 않는 일부분이 이전수지 등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통계상 나타나는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