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북한의 핵실험 등을 감안해 정부가 내년에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일제히 주장하고 나섰다. '경기 추이를 봐 가며 내년도 거시경제 정책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재정경제부의 정책 변화 움직임에 청와대도 '부작용이 따르지 않는 경기 부양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의 경기 부양론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여당,경기부양 강력 주문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은 13일 재경부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북핵과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감안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내년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3.5%까지도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에 따라 "정부는 거시경제 전반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자세로 3%대 후반을 기준으로 내년도 거시경제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석호 의원도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정부의 거시경제 운용에 '비상등'이 켜졌다"면서 "북핵 충격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군사적 제재와 대응 등 한반도 긴장 국면이 심화되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의원은 이어 "주식 시장이 또 다시 충격을 받아 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으면 가계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북핵 요인을 감안해 내년도 예산과 경제운용 방향에 경기 부양책을 반영,1% 추가 성장을 위한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의원도 "저성장이 구조화됐다고 파악하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며 비관적 성장 전략으로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면서 "평균 경제성장률을 5.9%로 설정한다면 2030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현재의 4.19배로 증가해 현재의 복지지출 수준을 변경하지 않아도 비전2030 달성이 가능하다"며 경기 부양이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편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국정 감사에 앞서 열린 확대간부 회의에서 이 같은 여당 내 분위기를 반영,정부에 부양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더욱 움츠러들고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크다"며 "큰 부작용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내수 진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받는 경기부양론

정부 역시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절대 없다'는 완고한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 '내년도 거시경제 정책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감 모두 발언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지정학적 위험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 시장은 안정돼 있지만 향후 사태의 진행 상황에 따라 파급 효과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경기 진폭을 최소화해 잠재 수준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경부는 지난 11일 조원동 경제조정국장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경기 추이를 봐서 필요하다면 경기 부양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12일에는 박병원 제1차관이 "내년 성장 전망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 거시정책 기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