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사업체 취업인구의 약 90%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국내 전체생산의 절반을 중소기업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매번 중소기업보호정책을 단골메뉴로 설정했지만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책만으로서는 중소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경제신문사는 10일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을 초청,한국경제신문사에서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수중소기업인들과 ‘FTA시대의 성장기업’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보호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스스로가 미래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앞으로 중소기업이 고도성장을 누리기 위해선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역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소기업도 이젠 기존의 중소기업적인 인식을 버리고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뽑은 미래성장가능기업인 12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이 청장은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중앙회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교역을 하고 있는 중소업체 가운데 76.3%가 한·미 FTA체결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미래성장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글로벌화(glob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전문화(specialization) 등 3대 추진전략을 강조했다.
먼저 글로벌화를 위해선 한·미 FTA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품질 및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웃소싱으로 전자 기계 등 수출품을 생산하고 있는 박성완 넥소스 대표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섬유 의복 가죽 생활용품 목재 등의 업종은 관세폐지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종이 인쇄제품 기계장비 등 일부 업종의 경우 다소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현재 청장은 FTA 체결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구조조정 △근로자 전직 △재취업 지원 등을 위한 '제조업 등의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구조조정에 나서는 중소기업에 2조64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퇴직 중기 근로자의 재취업에도 207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은 특히 FTA의 여파로 사업을 전환해야 하는 중소기업에 자금 기술 세제 등의 지원과 유휴설비 처분을 적극 도와주기로 했다.
이 청장은 "내년도 중소기업의 사업전환 지원자금으로 1000억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 앞서 기업들 스스로가 경쟁력를 갖춰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구연찬 장암엘에스 대표는 미국과 FTA가 체결되면 현재 미국기업들이 추진중인 '에어 택시(하늘을 날아다니는 택시)'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서 FTA는 보다 시급히 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 대표는 "FTA가 체결되면 에어택시에 들어가는 고성능 특수윤활유를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요즘 중소기업들이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꺼리고 있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시장을 역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까지 3만개 중소기업이 혁신형기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특히 내년부터는 자발적 연구개발(R&D) 기업을 위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455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또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수출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현재 운영중인 미국 시카고의 수출인큐베이터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에 별도의 수출전진기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참석기업인들은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경쟁대열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휴대폰부품 제조업체인 이엑스쓰리디의 정용환 대표는 "이제부터 중소기업들도 완벽한 디지털화를 추진하지 않고서는 미래성장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본사와 공장 및 지사간에 결재처리와 정보공유가 디지털화되지 않으면 관리비용 인건비 물류비 시장개척비용 등이 선진국에 비해 엄청나게 들어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청장은 "중소기업계를 디지털화하기에 앞서 중기청은 각종 정책정보를 디지털화하는데 그동안 어느 부처보다 앞장서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어디에서든 컴퓨터로 인터넷홈페이지(SPi.go.kr)에 접속하면 총 7342개의 다양한 중소기업 관련 정책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SPi시스템'이 대표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SPi시스템은 올 1월 개설된 이후 현재까지 총 116만건의 정책검색이 이뤄졌으며 하루평균 3만2000건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중기청은 SPi시스템으로 지난달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SPi정책은 지난달 말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장관회의에서 '국제적으로 본받아야 할 혁신정책'으로 공식선언문에 채택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이미 많은 중소기업들이 회사 내에 종이서류가 전혀 없는 기업으로 전환했다"며 한국 중소기업의 강점은 바로 디지털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술정보화경영원에 따르면 이미 한국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전체의 70% 이상이 전산화 및 디지털화를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들은 또 이제 중소기업도 전문화를 추진해야 세계최고 기업이 될 수 있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참석자들은 이미 독일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대등한 관계유지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