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극한 투쟁을 지속할 경우 떠안게 될 부담을 뒤늦게나마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자칫 장기 파업으로 몰고 갈 경우 국민 생활 및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와 각종 비난까지 우려해 파업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발전회사측도 이번 파업에 대해 초기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 대응하겠다고 분명히 밝혀 발전노조의 투쟁 의지를 차단했다.
○낮은 호응도
발전노조는 지난달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59.1%의 낮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조합원들로부터 내부적인 지원조차 제대로 받아내지 못할 만큼 응집력과 결속력이 떨어져 있었다.
특히 노조원들은 2002년 38일간 장기 파업을 벌인 후 떠안았던 악몽을 뒤늦게나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5372명의 파업 참가자 중 348명이 해임되고 회사측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는 초유의 후유증을 겪었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 바람에 가계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발전노조는 이번에 파업 연대세력도 충분히 확보치 못했다.
2002년에는 철도,가스노조 등과 연대해 장기 파업의 동력을 얻었었다.
○정부의 강경 대응
게다가 정부와 발전회사측이 발전노조의 파업 결의 때부터 법과 원칙에 근거해 불법 파업에 엄정 대응키로 방침을 천명한 것도 파업 철회를 앞당긴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발전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법 파업에 나서자 노조 집행부를 검거키로 하고 이번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며 파업 가담자는 법에 따라 엄벌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발전회사측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가 결정됨에 따라 발전노조의 파업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못박고 노조원들에게 전원 업무에 복귀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필수공익 사업장인 발전 산업의 공공성을 외면하는 집단 이기주의적인 일탈 행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싸늘한 여론
발전노조는 당초부터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발전회사 통합 △임금 가이드라인 철폐 △해고자 복직 △구조조정 프로그램 철폐 △인원 충원을 통한 교대근무자 주5일제 시행(5조3교대) 등 노사 문제와 거리가 먼 요구 사항을 들고 나온 탓에 여론이 등을 돌렸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력 수급이 가장 중요한 하절기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국가 경제와 국민 경제를 볼모로 잡았으니 여론이 호응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발전회사 사장단 역시 "발전회사 통합 등과 같이 국가 정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사회 여건과도 동떨어지는 해고자 복직 및 주 38시간의 5조3교대 근무 등을 요구해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노조원들의 후생 복지와 무관한 주장들을 들고 나오다 보니 정치적 파업의 성격이 짙다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