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도심에서 전철로 1시간여 거리인 가나가와현 지가사키시.여기에는 일본의 차세대 리더양성소로 통하는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이 있다.
최근 이곳을 방문한 기자에게 학장 격인 세키 기요시(關淳) 숙장(塾長·74)은 맨먼저 "세상이 혼돈해지면 지도자 역할이 커지는 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 정경숙의 교육방향 역시 "자국의 역사 문화 전통을 깊이 이해하고 미래를 읽는 인물이 글로벌 경쟁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그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마쓰시타그룹 미국 현지법인과 계열사 사장 등을 거쳐 2001년 취임한 세키 숙장은 "국가경쟁력은 결국 인적 자원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 뒤 "21세기 일본과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영인의 자질에 대해 "먼저 직원을 만족시켜야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가 나온다"며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경영자의 최우선 덕목"이라고 지적했다.
마쓰시타정경숙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마쓰시타전기 창업자가 1979년 사재를 들여 설립한 인재육성기관.지금까지 이곳을 졸업한 200여명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 30명을 포함,절반가량인 99명이 정치권에서 활동할 정도로 일본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경숙의 평판이 워낙 좋다보니 매년 7,8명을 뽑는 신입생 모집에는 1000여명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2,3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뒤 본격적으로 지도자교육을 받기 위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학비는 무료이며,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따로 월 30만엔(250만원가량)을 지급한다.
학생들은 3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정한 테마를 주제로 스스로 학업 스케줄을 만들고 공부하는 '자학(自學)'방식이 특징이다.
학생선발은 필기시험 없이 세 차례의 면접을 통해 인품과 실력을 집중 평가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은 '애경심'과 '장래성'이라고 세키 숙장은 덧붙였다.
세키 숙장은 한국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한국은 역동적인 국가지만 여전히 정치가 불안정해 보인다"며 "정치 안정을 이뤄야 경제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