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줄기세포 연구에서 최대 난제인 '윤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법을 개발,전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인간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도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방식이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인 ACT(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는 전남대 수의학과 출신의 정영기 박사(45)를 포함한 5명의 연구진이 태아의 이상 유무를 알아보기 위해 시행하는 배아검사 기법을 응용해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24일 발표했다.

영국의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이 연구 결과를 주요 논문으로 다뤘으며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일본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외국 주요 신문과 방송들은 연구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 방법이 배아줄기세포를 둘러싼 그동안의 윤리 논란을 잠재울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논문 제1저자로 참여한 정영기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배아줄기세포 배양 방법의 핵심은 정상적으로 수정된 난자를 배아 초기 단계(8개로 분화한 단계)에서 세포를 한 개만 떼어내 줄기세포로 배양하는 것"이라며 "나머지 배아는 수정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장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불임 치료를 위해 동결 상태로 보관 중인 수정란 16개에서 91개의 세포를 떼어낸 다음 줄기세포로 배양해 두 개의 인간배아줄기 세포주(셀라인)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새로운 방식으로 줄기세포를 확보하면 나중에 많은 신생아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란 8개 세포 중 7개가 커서 정상아로 태어난 뒤 나중에 불의의 사고나 질환을 앓을 경우 수정란 때 추출 배양한 줄기세포를 근육·신경·조혈세포 등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과학계는 따라서 배아줄기세포를 기존 제대혈 은행처럼 은행식으로 보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