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 해이수씨(33)가 첫 소설집 '캥거루가 있는 사막'(문학동네)을 펴냈다.

호주에서 유학한 작가의 경험을 반영하듯 수록작 8편 가운데 4편의 무대가 호주다.

작가는 여행 및 관광지로서의 호주와 이주 대상국으로서의 호주의 양면을 동시에 드러내 보인다.

표제작이자 등단작인 '캥거루가 있는 사막'은 현실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주로 도망친 주인공 '진'의 여행기다.

'우리 전통 무용단'은 괄괄한 할머니 관광단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초짜 관광가이드의 이야기.

이 작품이 여행과 생활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호주를 다뤘다면 '돌베게 위의 나날'과 '어느 서늘한 하오의 빈집털이'는 호주 이민자들이 부닥치는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돌베게…'에서 주인공 사내는 아내의 학비를 벌기 위해 화장실 청소일에 나서지만 같은 한국인 청소업자에게 임금을 떼이고 만다.

그와 함께 화장실 청소를 다녔던 선배는 3년간의 호주생활에도 '불법체류자' 딱지를 떼지 못하고 한국으로 추방당하게 된다.

선배가 쫓겨나면서 내뱉는 "하,참,시드니에서 사는 게 참 똥 같다"는 말 속에 일견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호주생활의 냉정한 단면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나머지 4편은 소재와 주제가 각양각색이다.

'몽구 형의 한 계절'은 온갖 폼은 다 잡으면서 매일 빈둥거리기만 하는 자칭 소설가 몽구형의 이야기다.

작가 자신의 문학수업기를 소재로 한 듯한 '환원기'는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이 타계한 다음에야 스승의 가르침을 뒤늦게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해이수의 관심은 다양하고 그 관심을 발성하는 음역은 아주 넓다.

어떤 작품들은 주제와 작법이 하도 달라 한 작가가 쓴 것 같지 않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과 성의가 요구된다는 점에서,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흔하지 않은 문학적 품성으로 여겨도 좋을 듯하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