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에서 핵심 쟁점인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다.

신금융서비스 상품의 경우 금융당국에서 건별로 허용키로 하는 한편 국경 간 금융 거래에선 소매금융을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설치해 진출하는 상업적 주재는 가급적 허용하되 국경 간 거래와 신금융서비스는 제한적 수준에서 개방한다는 한국측 입장이 대폭 반영된 것이다.


다만 금융분야에서 우체국 보험 등 유사보험에 대한 규제 형평성 문제와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등 개별사안에 대한 양국 간 입장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금융분야의 실질적 개방 수준을 결정하는 유보안 협상은 오는 9월 3차 협상 때부터 진행된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배기량 기준 세제 개편 등 의견이 팽팽히 맞서있다.


○신금융서비스 무차별 폭격은 없다

신금융 서비스란 한국에 없는 파생상품 등 금융서비스를 모두 지칭한다.

예컨대 펀드의 수익률을 그대로 모방하는 '펀드연계증권' 등 미국에서만 팔리고 있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신금융 상품이 대거 들어올 경우 양국 간 금융상품 개발의 수준 격차가 커 국내 업계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양국이 1차 협상에서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현지법인과 지점 설립을 통해 제공키로 합의한 데 이어 건별로 금융감독당국이 허가하기로 의견 접근을 봄에 따라 개방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양국은 또 국경 간 금융 거래(상업적 주재 없이 인터넷 등을 통해 상대국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의 경우에도 소매금융을 제외한 제한된 업종에 한해 허용키로 했다.

예컨대 한국민이 인터넷을 통해 미국 보험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 등은 여전히 금지되는 것.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금융상품 허가제 등은 한국측 입장이 대폭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동안 협상 내용 비공개로 증폭됐던 여러가지 의혹과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분야 남은 쟁점 산적

그러나 우체국 보험 등 유사보험과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등은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쟁점 사안이다.

진동수 재경부 차관은 지난 6일 "미국 측은 우체국의 보험에 대해 민간 보험사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장 다루기 힘든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같은 맥락에서 농협 보험도 문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 지점에 대한 자본적정성 규제에서 해외에 있는 본점의 자본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부분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경험이 풍부한 점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의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완화를 적극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금융분야의 실질적인 개방 수준을 결정하는 유보안 협상은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리는 3차 협상 때 진행한다.


○미국산 일본차 수입 막는다

양국은 자동차와 관련,미국산 일본차의 수입을 막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즉 원산지 규정의 현지부품 조달비율(RVC:regional value content)을 높여 특혜관세를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이나 GM 포드의 디트로이트공장 등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각각 현지부품 조달비율이 차값(net cost)의 90%대를 웃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원산지로 인정하는 RVC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여 한국산 및 미국산 자동차는 특혜관세 혜택을 입지만 미국산 일본차는 수혜를 볼 수 없게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