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과다한 소송 수임료를 낮춰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자문료에 대해서는 법원도 변호사가 요구한 액수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어 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일환 대법관 후보가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 수임료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혀 향후 고액의 기업 자문료에 대해서도 법원이 제동을 가하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 28부(이대경 부장판사)는 법무법인 화우(합병 전 화백)가 대순진리회를 상대로 낸 변호사 보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지급한 1억2000만원을 포함,총 6억2000만원을 주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화우가 5건의 소송을 위임받으면서 대순진리회와 계약했던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의 합계 13억원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액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변호사의 보수는 사건 처리의 경과와 난이도,의뢰인이 얻은 이득 등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청구할 수 있다"며 "원고가 청구한 13억원은 너무 많다"고 판시했다.

지난 3월에는 법무법인 해미르가 "미지급된 착수금 1억원을 달라"며 의뢰인 임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소송 위임 기간과 사건의 성격 등에 비춰 착수금이 과다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4000만원만 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사건의 난이도와 소송 가액 등에 따라 수임료를 감액받을 수 있는 소송 대리와는 달리 기업 자문료에 관해서는 법원도 변호사가 요구한 액수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법무법인 우현지산은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을 상대로 시간당 40만원씩 총 1억3500만원의 자문료를 청구해 법원에서 승소했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소송 대리냐,기업 자문이냐에 따라 변호사 보수의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송 대리는 변호사가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으로 나눠 각각 일시불로 받는다.

따로 정해진 계산 방식이 없으므로 법원이 재량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

반면 기업 자문료는 변호사가 해당 업무에 들인 시간에 시간당 자문료를 곱해서 산정하는데 기업 자문을 맡은 변호사는 자신의 업무 내용을 '타임 시트(time sheet)'에 최소 6분 단위까지 상세히 기록,자문료 액수가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됐을 경우 이를 근거자료로 내세운다.

대형 로펌의 간판 변호사들의 시간당 자문료는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시간 요율로 자문료를 계산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된 업무에 몇 명의 변호사가 투입돼 몇 시간이나 일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임료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법률 상담을 하고 나서 상담료를 청구하면 말 몇 마디 해주고 무슨 돈을 받느냐는 식의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KT&G 법무실의 이승준 변호사도 "변호사 수임료를 제한할 경우 서비스의 수준이 낮아질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