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9일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핵심 조항들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관련 조항들의 전면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조항 가운데서도 '경영자료 신고 의무화' 등 신문사를 옥죄는 독소 조항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언론 자유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시장점유율 규제는 위헌

헌재는 3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60%(공정거래법은 75%)를 넘을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것과 이들을 정부 출연금 등으로 조성되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신문시장의 점유율을 평가하고 있는 점과 서로 다른 경향을 가진 신문들에 대한 개별적인 선호도를 합쳐 하나의 시장으로 묶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신문사업자의 평등권과 신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일간신문 뉴스통신 방송사의 과반수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가 다른 일간신문 통신사 지분을 50% 이상 취득하는 '이종 미디어 간의 교차 소유'와 관련,"신문의 복수 소유가 언론의 다양성을 저해하지 않거나 오히려 이에 기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재판관 4명이 헌법 불합치,3명이 단순 위헌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정정보도 청구의 소를 민사집행법상의 가처분 절차(증명 대신 소명으로 사실 인정이 가능)에 의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제26조 제6항에 대해서도 "언론사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언론의 자유를 매우 위축시킨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정보도 청구를 위해 언론사의 고의나 과실,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한 14조 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언론 재갈 물리기 우려

도마에 오른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는 신문사의 공정보도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재판관 전원 일치 조항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정부의 언론 통제가 우려되는 대표적 규정은 신문법 제16조 '자료신고'(전체 발행부수·유가 판매부수,구독 수입·광고 수입,주주 내역 등 공개) 조항.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은 "신문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조항"이라고 판시했지만 이는 신문사의 기업 활동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특히 5% 이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한 주주와 사원 개인 내역에 대한 신고 의무는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의 투자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권성,김효종,조대현 재판관도 "투명성 확보라는 모호한 입법 목적을 위해 신문기업의 자유를 침해해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는 "1980년 말 과도 입법기구인 국가보위 입법회의에서 제정한 언론기본법 조항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위헌 신청 각하로 결국 합헌 결정이 난 신문법 제18조 '편집위원회 구성과 편집 규약 제정'에 대해서도 "편집권은 헌법상 인정될 수 있는 권리이지만 자율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내적 언론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김병일·유승호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