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성인PC방 가면 되는데…." 성인PC방의 '온라인 도박장화'를 취재하는 도중 만난 한 40대 남자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성인PC방은 인터넷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 도박을 할 수 있어 굳이 강원랜드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성인PC방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500개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1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심지어 230개 성인PC방을 거느린 체인 업체도 등장했다.
성인PC방이 왜 이렇게 단기간에 늘어났을까.
PC방 프랜차이즈 사이버파크를 운영하는 밸류스페이스 관계자는 "일반 PC방의 경우 아무리 애써도 한 달에 1000만원 벌기가 힘들지만 성인PC방은 단 하루에 그만한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PC방은 성인PC방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시설이 같고 별도의 허가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성인PC방은 일반 PC방과 마찬가지로 40~50평 규모의 방에 PC만 갖추면 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조명을 좀 어둡게 하고 일반 랜선이 아닌 개인용 가상 사설망(PVPN)만 설치하면 된다.
성인PC방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간당 고작 1000원을 받는 일반 PC방과 달리 성인PC방은 업주가 판돈의 5%를 떼어간다.
한 사람이 1시간에 게임 5판을 하고 판당 10만원을 판돈으로 내면 업주는 1시간 만에 2만5000원을 손에 넣는다.
이런 손님이 시간당 20명씩 오고 하루 20시간 영업을 하면 하루벌이가 1000만원이나 된다.
규모가 큰 성인PC방의 경우 "한 달에 10억 버는 것은 일도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루에 50만원 벌기도 힘든 일반 PC방과 비교하면 완전 딴판이다.
도박 게임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도 성인PC방 열기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게임 포털에서 맞고류를 즐길 때와는 달리 성인PC방에서 돈을 따면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수년 전 전국을 강타했던 '로또 열풍'이 시들해진 것도 성인PC방 도박 게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성인PC방이 독버섯처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도 성인PC방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는 거의 없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나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뚜렷한 규정이 없다.
경찰은 '사행행위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단속하지만 사행행위 현장을 적발해야 한다.
전병용 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사행성 도박장을 규제하려면 PC방보다는 불·탈법 도박 PC방 체인 본사를 기획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전국에 230개 체인점을 거느린 '룰루랄라'를 적발했다.
이 회사는 3개월간 450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성인PC방이 주택가까지 확산되면서 청소년의 성인PC방 출입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성인PC방 입구엔 '19세 이하 출입금지'라고 씌어 있긴 하지만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에 따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버젓이 담배를 물고 게임에 몰두하는 장면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PC방 등록제를 검토 중이다.
조현래 문화관광부 게임산업과장은 "사행성 도박장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PC방 등록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