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물질이 공존하는 '한국적 모더니즘'의 회화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창섭 윤형근 서세옥 김창열 박서보 김봉태 이규선 등 원로·중진 작가 7명이 서울 송현동 이화익 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과 중진'전(29일~7월10일)에 1980년대 이후 대표작과 근작 21점을 내놓았다.

고희를 훌쩍 넘어선 원로 작가들의 왕성한 창작욕과 농축된 삶의 흔적이 작품마다 묻어 있다.

정창섭 화백(80)의 작품 'Meditation'은 종이라는 오브제에 민족의 얼과 숨결을 담아낸다.

윤형근 화백(79)은 화폭 위에 암갈색 띠를 배치한 추상 유화를 내걸어 보는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그의 작품은 말을 안으로 확산시키는 힘 때문에 '과묵한 회화'로도 통한다.

서세옥 화백(78)의 추상 한국화 역시 거침 없는 필력으로 화폭 가득 문기(文氣)를 빚어낸다.

극사실주의 작가 김창열 화백(78)의 '물방울'은 투명한 우주를 하얀 물빛에 담아낸 것으로 신비감까지 자아낸다.

박서보 화백(76)의 붉은 색조 '묘법'은 독자적인 '물성론'을 미학적 측면으로 승화시킨 작품.이 밖에 김봉태 화백(70)의 평면 알루미늄 조각,이규선 화백(69)의 한지에 먹 번짐 효과와 종이를 콜라주한 회화도 눈길을 끈다.

이화익 갤러리의 이화익 대표는 "전후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연 이들 작품을 통해 한국적 모더니즘 미학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자연주의에 입각한 동양적 사상을 바탕으로 특유의 한국적인 화풍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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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