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 간의 인수·합병(M&A)이 폭발하고 있다.

철강 광산 통신 제약 금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기업 간 짝짓기가 잇따르면서 올해 M&A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CNN머니는 26일 현재 전 세계 M&A 규모가 1조7500억달러로 집계됐으며 지금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론 3조5000억달러(약 3360조원)에 육박,기존 최대치인 2000년의 3조4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900억달러 규모의 M&A가 성사돼 올해가 'M&A의 해'임을 입증했다.

세계 1위 철강업체인 미탈스틸이 2위 업체인 아르셀로를 336억5000만달러에,세계 3위 구리업체인 미국 펠프스다지가 캐나다 광산업체인 인코와 팰콘브리지를 400억달러에,미국 제약업체인 존슨앤드존슨이 화이자의 비처방약 사업부문을 166억달러에 각각 인수하기로 한 것.

이달 초에는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가 3위 업체인 벨사우스를 67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는 올해 이뤄진 M&A 중 최대 규모다.

올해 M&A 시장이 이처럼 급팽창한 것은 최근 몇 년간 기업 이익이 늘어나 현금 동원 능력이 커진 데다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는 최근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1~2%포인트 이상 낮다.

회계법인 PwC의 존 태터살 연구원은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모델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M&A에 적극적"이라며 "경제 성장과 저금리가 이어진다면 대규모 M&A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급성장과 이에 따른 원자재값 강세도 M&A를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초금속 및 광산업체의 M&A가 올 들어 현재까지 135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88억달러)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돈 굴릴 곳을 찾아 전 세계를 헤집고 다니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전례없이 M&A에 관심을 보이는 점(미국 기업성장협회(ACG)의 다니엘 바로니 회장)도 한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M&A 유망 분야로 철강과 에너지,테크놀로지,건강산업,유통업 등을 꼽았다.

마켓워치는 특히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합병으로 세계 철강업계가 M&A 태풍에 휘말릴 것이라며 러시아의 세버스탈과 독일의 티센크룹 간 합병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M&A 수요가 급증하면서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