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유기천 전 서울대 총장의 삶과 사상을 소개하는 전기가 나왔다.

서울대 법대 최종고 교수(59)는 1965년부터 1년2개월간 제9대 총장으로 재직한 스승 유기천 전 총장(1915~1998)의 전기 '자유와 정의의 지성 유기천'(한들출판사)을 최근 출간했다.

서울대 총장에 대한 전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전 총장은 1946년부터 1971년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 형법학의 초석을 세운 세계적 학자이지만 '쌍권총 총장''어용 총장'등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최 교수는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사신 선생님에 대해 왜곡된 부분도 많고 사람들의 기억속에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전기를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박정희 정권과의 관계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동경제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지일파였던 유 전 총장은 1960년대 한일회담 반대 주장이 지식인과 대학가를 풍미하던 당시 '어용 총장'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역설했다.

일찌감치 총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1972년 1월 박정희 정권과 갈등을 빚어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이 과정에서 여류시인 모윤숙씨가 유 전 총장을 남몰래 도와줬다는 사실도 새롭게 공개한다.

책에서는 또 미국에 머물면서도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식지 않았던 유 전 총장의 면모도 소개한다.

유 전 총장은 1987년 김영삼 김대중 당시 대선후보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 후보단일화를 역설하는가 하면 1997년에는 대권도전을 결심하기도 했으나 건강악화 등으로 이듬해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1966년 법대 신입생이었던 최 교수는 당시 총장이면서도 강의를 했던 스승을 알게 됐고 많은 조언을 들었다.

최 교수는 "법학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느냐며 꾸중하시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최 교수는 19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며 '유기천의 삶과 사상'이란 주제로 특별강연도 한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