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들만 내보낼 수 없어 독립한 게 결국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퇴출되는 부하직원들이 너무 안쓰러워서 공장장 자리를 스스로 내놓고 분사기업을 맡은 지 5년여 만에 회사를 동업계에서 국제적으로도 알아주는 회사로 만든 이중희 사장(56).

그의 인생 2막은 외환위기가 끝날 무렵인 2000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석유화학 울산 공장장이었던 이 사장은 회사가 핵심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분사를 통한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자 총대를 멨다.

"함께 고생해온 부하직원들만 내보내는 것이 공장 책임자로서 절대 도리가 아니다 싶어 이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살아보기로 작정했죠." 그는 3개월여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1년 1월 석유화학 설비 및 공정 전문관리업체인 ㈜메츠를 창업했다.


그를 따라 앞날이 불투명한 분사에 합류한 부하 직원의 수가 예상을 뒤엎고 40여명에 이르렀다.

당초 배관분야 20여명만 나갈 예정이었으나 시공ㆍ설계 인력들도 따라 나섰다.

모기업에서 분사의 조건으로 일정 기간 공사 물량을 약속했지만 자신을 믿고 따라온 30~40대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중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직원 모두가 또다시 좌절할 수는 없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면서 삼성티를 빨리 씻어내고 몸을 바닥까지 낮춰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요."

이 사장은 분사 직후 사기가 크게 저하된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연공서열을 과감히 폐지하고 대리였던 직원을 부서장으로 승진시킬 정도로 능력 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

또 부별로 철저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경쟁체제를 유도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삼성에서 퇴출대상이었던 직원들이 이제는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석유화학플랜트 엔지니어로 변신해 중동 등지에서 스카우트의 손길이 뻗쳐올 정도로 발전했다.

지난해 상무로 진급한 노영주씨(47)는 "당시 직원들은 삼성이라는 큰 울타리에 있다가 떨어져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의 상처가 생각 이상으로 컸다"면서 "최고 경영자이기에 앞서 형과 아버지 같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직원들에게 다가서는 이 사장이 없었으면 분사는 실패로 끝났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분위기를 쇄신한 이 사장은 영업쪽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모기업 의존비율을 점차 낮추고 자생력을 키우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었습니다."

그는 동남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에서 익힌 노하우를 기술력이 낙후된 동남아 석유화학 공장에 접목시키면 틈새시장 공략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다.

이 같은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대기업인 PT.AMI사가 대표적인 예.메츠 기술팀은 2003년 PT.AMI사의 공정 개선사업을 수주해 공장가동률을 82%에서 98%로 끌어올렸다.

유지보수 비용도 기존 외국업체들보다 훨씬 저렴해 연간 40만달러어치의 수출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이후 말레이시아 아모코 케미컬,대만 CAPCO 등 외국 대형 석유화학 업체들로부터 기술 및 첨단 인력 지원 주문이 잇따라 터지면서 지난 5년여 동안 800여만달러의 해외 사업을 수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중동시장도 공략해 530여만달러 규모의 플랜트 사업도 따냈다.

덕분에 2001년 76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03년 134억원,2005년 18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직원도 86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올해는 중동과 중국 석유화학업체들로부터 플랜트 수주와 함께 고부가 부품 판매도 급속히 늘어 250억원대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시 공장장으로 삼성에 그냥 남았으면 2년 이상 공장장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이 사장은 "구조조정을 절대로 하지 않는 작지만 강한 100년을 가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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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사기업 CEO 성공하려면 ]

母기업 의존 탈피 욕심은 절대 금물

모기업에서 일정 기간 지원해주는 것만 믿고 분사 창업을 하다가는 망하는 것이 시간문제입니다.

투철한 도전과 봉사의식,책임감은 분사기업 경영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이는 철저히 자신을 낮추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거래업체와 직원,더 나아가 고객들을 섬긴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직원들과는 끊임없는 대화로 허물 없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경영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기에 이익을 내려는 회사는 오래 버티질 못합니다.

욕심도 금물입니다. 언제 위험이 닥쳐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