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의 작품에는 아픈 사연이 담겨있다.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파리에서 공부한 그는 둘째 아이 하누리를 낳고 나서 오랫동안 붓을 놓아야 했다. 자폐아인 아이를 위해 병원과 특수학교를 뛰어다니다 지쳐 그림을 몽땅 불살라 버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변산반도로 내려가 자연에 귀의(?)했다. 다행히 아이는 이제 유치원에 다닐 만큼 사회에 적응했다.
그는 다시 붓을 들었다. 그리고 열두 해 동안 견뎌온 열정을 쏟아냈다. 그림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채워낸 화폭이 지난해 공모전에 당선됐다. 지난달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국내 첫 초대전도 가졌다. 파리 전시 이후 20년 만이었다. 12년 동안 아픈 아이 키우면서 접어뒀던 사연을 알아본 걸까. 그의 작품은 금세 매진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침내 서울에서 본격적인 개인전까지 열게 됐다.그의 그림은 따뜻하다. 고통의 뿌리에서 피워올린 사랑의 잎처럼 깊이도 있다. '동행' '한몸으로 태어나''올올이 심은 사연' 등 하누리와 보낸 열두 해의 애틋한 마음이 그윽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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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