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에로틱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분위기를 돋워 주는 사랑의 연금술사로 옛날부터 애용되어 왔다. 침실에서 술은 상대에 대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고 혈액 순환도 촉진시킨다.

하지만 잦은 술은 동의보감에서도 간과 신장의 기운을 손상시켜 성 기능 감퇴를 초래한다고 했다. 특히 만취 상태에서의 섹스는 더욱 해로워 정력과 기운을 고갈시킨다고 경고하였다. 최근 미국의 한 의학 전문지는 상습적으로 과음하면 고환이 작아지고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떨어지며 비정상적인 정자가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습관적인 술꾼의 발기 부전율은 정상 그룹(7%)의 10배가 넘었다고 관계 연구를 주도한 투사미 박사는 밝혔다. 남성 호르몬은 고환에서 분비되는데 오랫동안 과음하면 고환의 크기가 줄어들고 남성 호르몬이 덜 나오며 성 기능이 약화되고 이는 성욕 저하로 연결되어 발기 부전으로 이어진다.

술은 발기를 망칠 뿐만 아니라 막상 발기되더라도 사정에 문제가 생기고 오르가슴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술은 또 사정을 쓸데없이 지연시켜 파트너를 지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조루 남성들 가운데는 이를 역이용해서 사정을 늦추기 위해 관계 전에 술을 마시기도 한다. 술은 불안에서 벗어나게 만들거나 일시적으로 사정 중추를 마비시켜 사정에 이르는 시간을 길어지게 하나, 술로써 사정을 지연시키는 습관이 들면 장기적으론 성욕이 저하되거나 발기 자체가 잘 안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술에 절어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덤벼드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여성들을 종종 본다. 달콤한 말 한마디,다정한 손길 하나 없이 겁탈하듯 덤벼들지만 막상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고꾸라지는 남성에 대해 살의까지 느끼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의 섹스가 반복되면 여자는 섹스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남성 쪽에도 변명거리는 있다. "왠지 맨정신으로는 자신감이 없어서…." 중년을 넘기면서 힘이 부치게 되면 남자는 더욱 자신감을 잃게 마련이다. 이 때 누구든 술의 힘을 빌리면 잘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남편이 침대에 들기 전에 와인을 홀짝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아내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맨정신에 하자고 하면 얼마나 좋아.… 꼭 술을 마셔야 하나…." 여자가 이러면 곤란하다.

남자가 술을 가까이하기 전에 여자가 남자 가까이 가야 한다. 남자가 술 취하기 전에 아내가 분위기를 만들어라. 여자가 분위기를 연출하고 먼저 준비되었다는 것을 몸짓으로 알리면 남자는 맨정신에도 용기를 낸다.

도저히 술이 없이는 안 되는 경우에도 '와인 한 잔'이면 족하다. '공후백자남'은 피해야 한다.

술 마시는 데도 급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많은 잔이 돌아와도 단숨에 잔을 비우는 자는 공(空)작, 언제나 한 잔 가득히 철철 넘치게 마시는 자는 후(厚)작, 청탁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마셔대는 자는 남(濫)작, 한자리에서 100잔을 능히 마시는 자는 백(百)작이라 한다.

작위는 남자들의 세계에선 '명예'로 통하겠지만 '공후백자남' 치고 침대에서 명예를 제대로 지켜낸 이가 없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