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에서 수의학 박사과정 유학 중인 이정익씨(32)가 당뇨병 치료에서 최대 장애로 꼽히는 면역거부 반응을 없애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일본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씨는 지도교수인 사사키 노부오 교수를 비롯 지바히가시 국립병원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췌장 세포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 최근 일본조직배양학회에서 발표했다.
이씨는 이 연구로 외국인 유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이 학회가 주는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이씨의 연구결과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발행하는 닛케이비즈니스 데일리(24일자)에 상세히 보도됐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저하돼 생기는 질환인 당뇨병 치료방법으로는 최근 인슐린 주사 대신 다른 사람의 췌장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인슐린 분비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때 생기는 면역거부반응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씨의 연구팀은 타인의 췌장 세포를 환자의 귀에서 추출한 연골세포로 둘러쌈으로써 환자의 면역세포가 이를 자신의 세포로 여기도록 하는 방법을 썼다.
'만두피로 만두 소를 싸는 식'이라는 것. 그는 이 경우 "면역세포의 접근은 차단시키면서 산소와 영양소는 통과시켜 췌장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의사가 아닌 수의사'라는 점이 이 방법을 고안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사람의 경우 췌장 세포 이식시 면역억제제를 통해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지만 동물에게는 값비싼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기 힘들다는 것.이런 사정 때문에 면역억제제 사용이 필요없는 치료법을 고민하던 그는 2003년 일본 셀시드사가 환자의 세포로 기증자의 각막 세포를 에워싸는 각막이식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셀시드사를 찾아가 연구계획을 밝히고 공동연구를 진행해 올초 개의 연골 세포를 이용해 쥐의 췌장 세포를 둘러싸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쥐와 개에게 세포를 이식해 당뇨병 치료 효과를 확인한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는 "췌장뿐 아니라 다른 장기의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할 경우의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식 서울산업대 총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사위인 이씨는 2001년 건국대 수의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부터 일본 도쿄대 농학생명과학연구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