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군기지 평택이전 반대시위 당시 '무더기 구속영장 기각사태'로 한 차례 대립한 바 있던 검찰과 법원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지난 11일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와 오성일 전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자산관리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이유는 구속사유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부실했다는 것.
특히 이 부장판사는 오씨와 관련,"검찰이 오씨를 긴급체포한 것 자체가 위법했다"며 검찰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검찰은 발끈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2일 "법원이 종래 관행을 무시하고 있다.
참 일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씨를 당초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범죄혐의가 발견돼 긴급체포했으며, 이는 형사소송법 200조의 3(긴급체포) 1항의 단서조항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적법하다는 것이다.
또 형소법이 개정된 1997년 이후 해석을 놓고 잠시 마찰이 있었지만 실무적으로 서로 양해가 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은 '소환→긴급체포→구속영장 청구' 순으로 진행되는 검찰의 수사기법은 자백을 끌어내기 위한 '구시대적 수사기법'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참고인을 검찰로 소환해 긴급체포하는 것은 구속 가능성을 시사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 자백을 얻어내려는 옛날식 수사기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검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가 뒤늦게 석방되더라도 신병 억류에 따른 불이익을 보상받을 길은 사실상 없다.
검찰이 위법하게 신병을 확보해 받아낸 자백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으로 검찰은 론스타 수사에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규명을 위해 론스타 관련 인사들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일단 포착된 개인 비리를 문제삼아 긴급체포한 뒤 구속 상태에서 원하는 진술을 이끌어내려던 전략이 전면 수정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에 대해서도 영장이 기각되는 등 검찰이 뭔가에 쫓기듯 다급하게 수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은 이날 저녁 법원에서 발부됐다.
검찰은 영장에서 정 회장이 2005년 12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객실에서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으로부터 양재동 230의 1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 땅을 66억2000만원에 현대차에 매각해 양재동 사옥 증축시 건축 면적 증가 등에 도움을 줘 고맙다는 의미로 3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