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가 조성한 1200여억원 비자금의 용처 수사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2004년 대선자금 수사의 재탕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 "일단 조사해 보겠다"고 말해 비자금 수사의 불똥이 정·관·금융계로 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현대차 비자금 중 일부가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 본사의 비자금 460억4000만원 가운데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친 2002년이 168억200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글로비스 금고에 보관돼 있던 비자금은 2002년 246억원이 출금됐으며,대선을 3개월 앞둔 2002년 9월부터는 20억~50억원씩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이 돈이 정치자금으로 쓰였다면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지났다.

채 기획관은 "정치자금으로 쓰였는지,사업상 쓰였는지 조사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수사에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다.

뇌물죄의 경우 공소시효(뇌물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5~10년)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본인이나 가족의 용돈,생활비' 등 비자금 용처 명목은 "예시에 불과하다"고 언급,노무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를 위해 수사가 장기화되더라도 현금이나 수표 등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은 특히 '2004년 대선자금 수사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검찰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개인 돈이 정치권에 전달됐으며,규모는 한나라당에 100억원,노무현 후보 캠프에 6억6000만원이라고 결론내린 바 있다.

따라서 검찰이 대선자금을 다시 뒤진다면 스스로 부실수사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채 기획관은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과 그것을 수사해서 입증이 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의혹이 입증됐는데도 이를 덮었다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김병일·유승호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