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VIP센터 2층 연구실.올 상반기 출시를 앞둔 '8㎝ DVD캠코더' 개발팀이 최종 기능 점검에 한창이다.
이 팀의 이름은 '레인보우팀'.20여명으로 짜여진 이 팀에는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A/V사업팀의 송선우 책임연구원이 팀장을 맡고 캠코더 관련 마케팅과 제조,디자인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인력들이 참여한다.
이들이 전부는 아니다.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사이에 협력사인 '매그넘'과 'TSST'(도시바-삼성 합작사)의 연구직원 5명도 머리를 맞댄다.
지난해까지는 금형을 제조하는 15개 협력사 직원 40여명도 이 팀에 참여해 제품 개발을 도왔다.
"협력사에 납품만을 강요해서는 결국 세트업체의 경쟁력도 있을 수 없죠.공동 개발을 통해 세트업체는 개발 기간을 줄이면서 양질의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협력사는 원가절감과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송선우 책임연구원)
레인보우팀은 삼성전자 VIP센터에서 도입하고 있는 협업팀(CFT:Cross Funtional Team) 중 하나다.
협업팀은 제품 설계단계부터 디자인·제조·마케팅 등의 인력들이 함께 참여토록 만든 임시 조직이다.
특히 협업팀에는 삼성전자 협력사 R&D(연구개발) 인력들도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단순히 참여만 하는 게 아니라 제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뿐 아니라 기술 개발에 필요한 노하우도 배워간다.
이 같은 협업팀 도입 배경에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기업 경쟁력'이란 삼성전자의 판단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협력사와의 공동 기술개발을 시작한 것은 2000년.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은 물론 원가절감 노력이 있어야 하고,이를 위해선 협력사의 제조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당시 삼성전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하청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기술 개발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제조혁신 노하우를 전수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VE(가치혁신),트리즈 기법 등을 소개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협력사 R&D 인력을 대상으로 일년에 한 차례씩(3일) 교육도 시켰다.
협업팀은 이런 노력의 총체였다.
협업과정을 거치면서 삼성전자로서는 원가절감을,협력사 입장에서는 부품개발비용 절감이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실제 협업팀이 거둔 성과는 놀라웠다.
레인보우팀의 경우 협업팀을 만들지 않을 때 312달러가 들던 개발비가 협업팀 도입 이후 150달러로 51%나 절감됐다.
재료비 절감액만 7620만달러에 달할 정도다.
전체적으로도 지난해 100여개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절감한 개발 비용은 무려 5조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협력사들은 협업팀에 이어 또다른 '윈윈'을 위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협력사 공동 프로젝트'가 그것.한 두개 기술에만 특화된 협력사들의 장점을 살려 해외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부품개발 경쟁력을 키워보자는 게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프로젝트 운영방식은 이렇다.
우선 같은 종류의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의 기술 수준을 평가한다.
이어 차별화된 기술을 지닌 몇 개 협력사를 선정,각 사의 R&D 인력을 VIP센터에 모은다.
이들은 각사의 특화된 기술을 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표준화된 부품을 개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부품과의 특허 관계를 검토해주고 경쟁사와의 부품 비교분석을 대행해준다.
개발비도 지원해 준다.
실제 지난해 배터리팩 납품업체 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협력사 공동 프로젝트' 결과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3개 협력사가 각자 신부품 개발을 했을 때보다 무려 420억원의 개발비·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실용신안도 무려 6건이나 출원했다.
VIP센터 소속의 김동준 박사는 "수백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듯이,중소기업들이 만드는 부품 하나하나의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대·중소기업 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원=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