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53
수정2006.04.08 19:49
치료하다 보면 환자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없고 의사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치료해 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마치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운이 없어서 병이 생겼으니 치료비를 받는 의사가 모든 걸 알아서 하고 자신은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나마 소극적이라도 의사의 지시 사항을 잘 따라주기만 하면 다행이다.
못된 환자들은 자신의 생활 패턴은 절대 바꿀 수 없으니 자기를 귀찮게 하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치료할 것을 요구한다.
한심한 환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이다.
교통사고처럼 외부에서 받은 충격으로 인한 갑작스런 병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은 삶의 방식이 자신의 체질이나 몸 상태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생활 패턴을 적극적으로 교정해야 가능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30년 이상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고생한 환자가 찾아왔다.
당연히 체질에 해로운 음식을 가려야 하고 체질과 병증에 적절한 약물 치료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 환자는 더 이상 의사에게 속기 싫다는 자세다.
약물 치료는 물론 음식을 가리지 않는 방법으로 치료받고 싶다고 한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았으니 육신은 여러 가지 알레르기를 비롯해 여기저기 병에 찌들어 더 이상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는 데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지나온 삶을 반성하지 않는 환자는 치료하기 힘들어서 정중하게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근육통이나 발목 관절의 염좌 같은 경우는 굳이 여러 가지 조절이 필요하지 않지만 오장육부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병이 깊은 환자일수록 자의식이 강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잘못된 삶을 인정하지 않으면 치료가 험난해진다.
더군다나 한의학은 환자와 의사 간에 교감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한 쪽은 마음의 문을 닫고 다른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모양이라면 치료는 거의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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