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38
수정2006.04.08 19:40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세금을 더 걷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에 대해 학계 연구소 등의 전문가들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세금 인상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은 옳은 해법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 세금 부담 증가는 결국 경기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저해해 당초 목적과는 상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취지에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부부문의 효율성과 경제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양극화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선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는 현재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정부 지출이 왜 계속 늘어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세금을 더 거둬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은 유럽 국가들에서 보듯이 실패로 끝났다"며 "그나마 유럽은 조세부담률을 덜컥 올리지 않고 국민이 지향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합의가 선행됐지만 우리는 그것조차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부자에게 돈을 거둬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줌으로써 빈부 격차를 줄이자는 소득 재분배는 정치적으론 매력있을 수 있지만 함정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조준모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재정 지출의 효율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에 반대했다.
조 교수는 "일단 복지 지출을 늘리면 관성에 의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이념 논쟁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미래 정부가 추가로 세금을 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수를 올려 복지 지출을 늘리다 보면 정부부문 비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이와 관련,기업의 투자의욕 고취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본부장은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가 차이나는 것은 구들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불이 약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의욕을 고취해 투자만 늘어나게 한다면 경제에 불이 붙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양극화 일자리 사회안전망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감안하면 조세부담률이 어느 정도 올라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준동·안재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