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금융 大戰 - 이슈&CEO] (7) 김종열 하나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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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하나은행장은 '불도저' 스타일이다.
한번 결정된 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그래서 '고집이 황소 같다.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직원들은 "시원시원해서 좋다"고 한다.
결재를 올리면 그자리에서 가부(可否)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재 서류가 쌓이는 일이 없어 집무실 책상은 언제나 깨끗하다(비서팀장)".
의사 결정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런 경영 스타일은 얼핏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하나은행의 조직 문화와 상충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김 행장은 "가치 기준을 공유한다면 전결을 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고객이 은행장을 만나든,행원을 만나든 결과는 같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의 빠른 판단력은 은행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데서 나온다.
지점장 등 영업 현장과 전략·기획부문을 두루 경험하면서 잔뼈가 굵었다.
국내 은행의 말단 행원으로 출발해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올라간 몇 안 되는 은행원,이른바 '토종 뱅커(banker)'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제기한 '토종은행론'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그런 자부심에서 나온다.
"외국인 지분이 많다고 토종이 아니라면 삼성전자와 포스코도 외국 기업이란 소리"라며 "지분을 갖고 편을 가르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란다.
김 행장이 토종은행론에 대해 펄쩍 뛰는 데는 다른 속사정도 있을 것이다.
외환은행을 놓고 물밑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나금융은 자금력에서 상대적으로 밀린다.
상환우선주를 발행하거나 인수자금 중 일부는 외국계에서 끌어와야 할 형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토종은행론이 여론의 힘을 받으면 여러모로 불리해진다.
이를 염두에 두고 토종은행론에 대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 CEO는 자본의 출처를 따지지 않고 장사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
토종은행론에 대비되는 김 행장의 '장사꾼 CEO'론이다.
하지만 김 행장 앞에 놓인 여건은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리딩뱅크 경쟁이 기다린다.
하나은행은 이른바 '빅4' 은행 가운데 지점 자산 등 외형에서 가장 약체다.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한다면 자칫 중소은행으로 밀릴 처지다.
어쩌면 하나은행 자신도 매물이 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리딩뱅크 경쟁은 한결 수월해진다.
외형 확대뿐만 아니라 내실도 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다.
실패하면 자체 성장 전략으로 버거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물론 김 행장은 "덩치가 크다고 리딩뱅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서 리딩뱅크 경쟁은 자산 100조원이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상품 서비스,그리고 세일즈맨의 자질,이 두 요인이 리딩뱅크를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행장은 올해 '혼이 담긴 명품'으로 승부를 내겠다고 한다.
"은행 고유 상품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예금 보험 주식 펀드 카드 등 모든 상품 메트릭스를 혼합한 명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상품전략그룹을 신설하고 40대 젊은 부행장을 앉힌 것도 명품 제조를 위해서다.
아무리 좋은 명품도 세일즈맨이 팔지 못하면 소용없다.
김 행장은 "세일즈맨의 역량에 관한 한 하나은행이 최고"라고 자부한다.
올해 은행권의 최고 격전지로 예상되는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해서도 "개인사업자(SOHO)를 128개 섹터(sector)로 분류하는 등 사전 준비가 완전히 끝났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3월 전임 김승유 행장(현 하나금융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김 행장.
취임 초 '구관이 명관'이란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