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과 유학·연수로 외국에서 쓴 돈 15조원.암 치료 등 해외 진료비는 1조원.'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국민이 외국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쓴 비용은 총 16조원으로 추산된다.


전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


개인들의 해외 지출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내 서비스업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증거다.


싼값에 골프를 치며 가족들과 휴가를 즐길 만한 곳,아이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곳,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국내에 많다면 굳이 해외에 나가 돈을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 산업은 비단 개인들의 해외 지출을 줄이자는 차원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제조업만으론 한계에 도달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위해서도 서비스 산업은 긴요하다.


서비스 산업은 취업 유발계수가 제조업의 1.6배에 달할 정도로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고용 없는 성장,미래 성장잠재력 감퇴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를 서비스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질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


서비스 산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 비중을 보면 1980년대엔 47.1%였지만 90년대엔 46.7%,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연평균 41.3%로 낮아졌다.


80~100%에 이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서비스업 성장기여도에는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는 것은 국내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은 탓이다.


90년대만 보면 제조업 성장률(7.97%) 중 생산성 기여도는 절반이 넘는 4.83%포인트였지만,서비스업은 성장률 5.34% 중 생산성 기여도가 -0.13%포인트였다.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낮아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서비스의 질이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정부 규제가 발전 막아


한국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경쟁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 탓이다.


특히 교육 및 의료 분야에는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다 보니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개방은 발 붙일 곳이 없다.


레저·관광 분야는 환경이나 입지와 같은 직접 규제가 옥죄고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 완구업체인 레고랜드사가 수년 전 경기도 이천에 2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테마파크를 만들려다가 환경규제 탓에 결국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서비스 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환경이나 토지 등의 규제를 쥐고 있는 관계 부처들을 설득해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실토할 정도다.



◆개방과 경쟁이 답이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개방과 경쟁유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수출로 돈을 아무리 벌어도 소비자들이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면 내수가 침체되고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서비스업도 수입대체 산업이란 개념에서 개방과 경쟁을 통해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특히 서비스 산업에 토지이용 규제는 치명적인 만큼 토지와 인력사용,부동산 세금 등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많은 교육 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도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면 대외개방과 경쟁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고려대 권대봉 교수(교육학)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조기 유학생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특별자치도 같은 곳에 외국 학교를 유치하고 국내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문을 넓혀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 학교들도 자극을 받아 전체적인 교육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숙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위해선 의료시장도 개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병원의 영리법인화는 물론 민간 의료보험 도입과 건강보험의 내실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연재 끝 >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