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한 기업을 이미 상장돼 있는 기업과 M&A(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000∼20001년 무더기로 조성한 투자조합들의 만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자 때를 놓칠세라 우회상장을 통해 투자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술투자는 지난해 투자 기업인 유진로보틱스(현 유진로봇) 라이프코드(현 라이프코드인터내셔날) VGX 뉴소프트기술(현 인크루트) 등 8개사를 우회상장시켰다.


이 중 유진로보틱스는 한국기술투자가 2000년에 투자한 기업으로 2003년과 2004년 연속 각각 15억원과 36억원의 적자를 기록,코스닥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한국기술투자는 작년 9월 유진로보틱스를 코스닥 상장 업체인 지나월드와 합병시키고 합병 후 받은 유진로봇 신주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68억원의 투자이익을 실현했다.


지금도 이 회사 주식 14만6000여주를 보유 중인 한국기술투자는 110억여원의 평가이익을 누리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또 작년 2월 제대혈 보관업체인 라이프코드에 16억원을 투자한 뒤 라이프코드와 코스닥 상장 기업인 국제정공의 M&A를 주선했다.


한국기술투자는 합병 회사인 라이프코드인터내셔날로부터 받은 주식을 5월부터 매각,35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KTB네트워크도 투자 회사인 솔트론 웹게이트 디지털웨이브 등 3개사를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시켜 재미를 봤다.


지난 99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23억5000만원을 투자한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솔트론의 경우 작년 5월 코스닥 상장 기업인 세안아이티를 흡수 합병한 뒤 유비프리시젼으로 사명을 바꿨다.


KTB네트워크는 새로 교부받은 유비프리시젼 주식 일부를 매각,16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웹게이트는 최초 투자금액에 비해서는 다소 손실이 났지만 당장 현금을 안겼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거래로 KTB측은 꼽고 있다.


지난 2000년 35억원에 사들인 웹게이트 주식을 HS홀딩스 주식 24억원어치와 맞교환한 뒤 28억원에 팔았던 것. 4억원가량을 손해본 셈이지만 KTB네트워크는 "코스닥시장에 독자적으로 상장하기는 힘들다고 봤기 때문에 이번 거래를 통해 투자 회사와 기업이 윈-윈(win-win)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10억원을 투자한 디지털웨이브도 작년부터 실적이 악화함에 따라 소프트텔레웨어를 인수자로 주선,합병을 성사시켰으며 앞으로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넥서스투자도 지난해 유진로보틱스와 에프에치 등 투자회사 2개사를 우회상장시켜 20억원가량의 처분이익을 올렸다.


유진로보틱스는 지나월드와의 합병 후 받은 유진로봇 주식 매각으로 6억원의 차익을 냈으며,디젤자동차 가스처리장치 업체인 에프에치는 상장사인 아이필넷과 합병시킨 뒤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14억원의 투자이익을 거뒀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벤처기업은 상장심사를 거쳐 올리는 기업공개 방법에만 의존해 벤처투자 자금 회수가 어려웠다"며 "최근에는 우회상장이 일반화하면서 벤처캐피털들의 자금사정도 더욱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