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왕따학생‥ 이젠 미국서 교육벤처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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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과외 강사로 열심히 뛰다보니 어느새 사업가가 됐네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I)에 다니는 이은승씨(27).유학길에 오른 지 5년 만에 교육 관련 벤처회사를 차린 어엿한 CEO(최고경영자)다.
LA 인근 한인교포와 미국인 중·고교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난 수학 과외 강사였던 그는 최근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수험생들과 현지 교포들을 위한 에세이 지도 및 독서교육 업체 '잉글리쉬BBQ'를 차리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UCLA UC버클리 MIT 칼텍 등 유수의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과 현지 중·고교 교사들로 구성된 강사진이 영어 에세이를 온라인상에서 일대일로 첨삭·지도해 주는 사업이다.
독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독서 지도는 강사진이 권장도서와 관련 문제를 영어로 작성해 보내주면 학생들이 답변하는 식이다.
내년 1월 말 본격적인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이 사업에는 이씨 이외에도 미국 현대자동차 법인이나 게임업체 블리자드에서 일하는 20대 중반의 교포 친구들이 동업자로 참여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넥서스출판사 홍선생교육 등과 협약을 맺고 법인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씨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나 토플 시험에서 쓰기 능력 측정이 강화됐는데 수준 높은 에세이 작성을 가르칠 교육기관은 거의 전무하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 광덕고 시절 입시지옥과 같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또래들 사이에서 '왕따'로 취급받았다는 이씨.아버지와 형이 모두 의사인 집안의 내력 덕분에 삼수 끝에 고려대 공학부에 입학하기는 했지만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2000년 유학길에 올랐다.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2년제 대학인 'Bellevue Community College'를 다니던 어느날.로비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우연찮게 미국 학생 4명이 미적분 수학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언뜻 보기에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여서 어눌한 영어로 용기를 내 그들에게 다가갔다고."그 학생들의 첫 반응은 마치 낯선 외계인을 보는 듯 했어요.
막 웃더니 한 번 풀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부족한 영어로 떠듬떠듬 말했지만 쉽게 풀이과정과 답을 제시하는 걸 보고 더 놀라더라고요."
얼떨결에 '수학 잘 하는 학생'으로 알려지면서 교내 수학연구실(Math Lab)에서 타 학생들의 수학공부를 도와주는 튜터가 됐다.
처음에는 동양학생이라고 꺼리던 현지 학생들도 서서히 이씨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이후 학교에서 치른 수학경시대회(AMATCY)에서 1등을 차지하는가 하면 전국 대회에서 북서부 지역 4위에 당선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씨는 이후 미국 학생 2명이 별도의 개인 수학 과외를 부탁한 것을 계기로 아예 방과 후 시간을 쪼개 과외 강사로 뛰기 시작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빡빡한 과외 스케줄로 많게는 한 달에 8000~9000달러를 벌었다고.생활비는 물론 학비까지 다 스스로 조달했다.
2003년 UCI로 편입한 이후에는 아예 전공을 컴퓨터공학에서 수학으로 바꿨다.
이씨는 "이제는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여러 나라 학생들에게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씨는 국내에서 '재키의 무대뽀 헝그리 유학성공기'와 '생생공부기법'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 이씨가 제안하는 수학 잘 하는 법
◆암기는 금물.생각하는 수학으로 개념을 바꾼다.
◆수학은 예습보다 복습이 중요하다.
예습을 많이 하면 다 안다고 생각해 교사가 설명하는 문제의 개념과 원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 때에는 먼저 정확히 이해한 후 풀이과정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틀린 문제는 바로 해답을 보지 말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 재도전한다.
이를 정리한 오답노트를 작성해 보는 것도 좋다.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고를 때 무조건 어려운 것이 최상은 아니다.
수준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지난 학기 수학책부터 차근차근 다시 풀어보는 것이 좋다.
◆수학을 공부할 때 클래식음악을 적당히 활용하면 금방 싫증나지 않고 집중력이 높아지며 양쪽 뇌를 균형있게 사용할 수 있어 좋다.